북·미회담 결렬 일주일…전문가들 "판 더 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지 일주일에 접어들면서 한·미·일 동맹 공조가 재개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회담 이튿날인 13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던 것에 비해 더딘 흐름이지만, 이번 협상이 결렬된 만큼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득환 외교부 부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가 미국에서 만나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미가 후속협상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또 이날 회동에서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추진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협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외교장관회담 일정에 대해 “가급적 조기에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3월 이내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을 위한 한·미 공조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 1일 통화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 향후 대응방안을 조율해 나가자고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실무급 회담이 일주일 만에 성사된 것은 ‘회담 결렬’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판이 깨진 상황에서 서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곧바로 한국에 와서 설명하기보다는 워싱턴에 돌아가서 미국 내부 논의를 한 뒤에 한·미·일 동맹이 회동한 것으로, 공조가 무너져서 만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상황을 더 정확하고 상세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이며, 미국도 로드맵을 만들어야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 간 입장이 다르고, 새롭게 발생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있을 것이라, 앞으로 조율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미사일발사장의 작년 12월 5일(위쪽)과 올해 3월 2일(아래쪽) 위성사진을 비교한 모습으로,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6일(현지시간) 제공한 것이다. |
향후 북한 비핵화 관련 회담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더 명확한 비핵화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방법으로는 ‘노딜’을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톱다운 방식의 북핵협상의 한계가 드러났다”면서도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서로 요구사항을 모두 확인해 오히려 비핵화의 ‘판’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이 이미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한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 달성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한 것”이라며 “3차 회담에서는 이번 합의보다 더 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적 상황상 가시적 성과가 필요했음에도 영변만으로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결국 ‘배드딜’보다는 ‘노딜’을 선택했다”며 “북한은 정치적 입지 약화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합의든 수용할 것으로 오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담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북한이 이제 역으로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북한의 비핵화 결단이 확인되면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 자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