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임 특허담당 임원이 삼성을 상대로 스마트폰 음성 인식 기술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출신이 ‘친정’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다.

안승호 전 삼성전자 아이피(IP)센터장(부사장)은 최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전자아메리카가 10건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며 자신이 지난해 6월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아이피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이번 소송의 공동 원고에는 논란이 된 특허의 소유권을 지닌 미국 델라웨어 소재 스테이턴 테키야 엘엘시(LLC)도 이름을 올렸다. 시너지아이피는 소송과 관련한 권한을 스테이턴 쪽에서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단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올웨이즈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 ‘오디오 녹음용 장치’ 등 10건으로 주로 무선 이어폰과 음성 인식 관련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등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변호사로, 1997년부터 삼성전자 특허 업무를 맡았다. 2010년 아이피센터장에 선임됐으며 2019년 퇴임 전까지 전사의 아이피 업무를 이끌었다. 2011년 애플을 상대로 소송전을 이끌었고 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도 주도했다.

삼성전자 쪽은 소송 제기 사실에 대해선 확인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내부 임원 출신인 데다 더욱이 특허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라는 점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 관련 소송은 지난 한해만 해도 수십건에 달할 정도로 잦긴 한데, 회사 출신이 제기한 것은 처음”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직 중 영업비밀을 이용한 직업윤리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제 ‘특허 괴물’들의 공격이 거세어지는 중에 기업의 특허방어 전문가가 퇴직 후 공격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양경비대장 출신이 물러난 뒤 해적선장이 돼 돌아왔다”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특허 괴물’은 분쟁 대상이 될만한 지식재산을 저가로 매입해뒀다가 이를 바탕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수익을 뽑아내는 특허전문 회사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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