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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돌보다 쓰러진 40대 의사 8개월째 의식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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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잊고 지내지만 편안하게 숨을 쉬며 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숨 쉬는 게 고통 자체이고 폐 이식 외에 살길이 없는 환자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들에게 새 숨을 불어넣어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는 국내 의료진 중 ‘최고의 팀’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폐 이식 클리닉이 꼽힌다. 국내 폐 이식수술의 절반가량을 도맡을 만큼 독보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클리닉의 핵심멤버인 송주한(43·사진) 호흡기내과 교수가 일을 마치고 학회에 참석했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그는 평소 24시간 돌아가는 중환자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 곁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과 가족, 사생활은 잘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 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해 많은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센터장이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27일 세브란스병원과 송 교수 가족 등에 따르면, 폐 이식팀에서 활약하던 송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동료 의사 1명과 함께 20∼30명가량의 중환자를 돌보는 중환자실 전담의사도 맡았다. 중환자실은 시시각각 생사를 다투는 환자가 많아 격무에 시달리는 곳이지만 송 교수는 내색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소임을 다했다.

출근하면 다음날 새벽에 귀가하거나 아예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게 다반사였다. ‘콜’을 받으면 즉시 환자에게 달려가 위급상황에 대처하고, 자가호흡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치료도 그의 몫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같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돌볼 환자가 많아 겨우 인사만 드렸다고 한다.
송 교수의 여동생은 “오빠가 주로 폐 이식 환자 등 중증환자들을 돌보다 보니, 수시로 환자 상태를 체크하느라 치과·비염진료를 받아야 하는 시간도 못냈다”며 “(본인이) 세심하게 돌보는 만큼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펠로우 과정을 밟은 이동형 범일연세내과 원장은 “오래전부터 대형 종합병원들조차 누군가 오버워크(과로)를 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는 구조”라며 “특히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을 돌보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료진은 몸을 혹사하며 밤낮 없이 일하기 일쑤다”고 지적했다. 한계에 다다른 의료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윤 센터장이나 송 교수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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