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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달렸던 이유… 北의 '5건'은 美에겐 '전면 해제' 였다

보헤미안 0 1171 0 0

1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열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은 결렬로 귀착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상황을 온전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북한 고위당국자의 이례적인 기자회견에서 북·미 양국의 입장 차이가 명확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에 따르면 북한이 요구한 구체적 제재 완화 항목은 ‘유엔제재 11건 중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채택된 5건’이다. 그는 또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핵시설 폐기’를 비핵화 조치로 미국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으며 ‘영변 +α’의 핵시설 폐기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요구 ‘5건 제재 완화’… 미국에겐 ‘전면 해제’

북한이 언급한 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는 2006년 7월 1695호부터 2017년 12월 마지막으로 채택된 2397호까지 모두 11건이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는 6건의 제재 결의가 채택됐으며, 리 외무상이 5건이라고 언급한 것은 단순히 북한 기관과 개인을 제재리스트에 포함한 2017년 6월 2356호를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핵실험이 집중된 2016~2017년에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는 새롭게 채택될 때마다 강도를 더해 왔다. 이 시기 일련의 제재 결의로 북한은 상당한 ‘내상’을 입었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번에 리 외무상은 이를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이라고 표현해 이 같은 관측을 사실상 확인해 줬다.
 

조선중앙통신, 北·美회담 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들 5건 중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취해진 조치는 3건이다. 2017년 12월 통과된 대북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원유 공급량을 제한했다. 2016년 11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321호는 석탄 수출액 규모에 상한선을 뒀다. 2017년 8월 통과된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의 원자재 수출 봉쇄와 노동자 신규 송출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것으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로 꼽힌다.

이를 해제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는 미국에게는 제재 전면 해제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5건의 제재는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취해진 제재라는 점 역시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변 이외 한 가지 더 요구”

리 외무상은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발언에 따르면 북한은 현 단계에서 가능한 비핵화 조치로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 모든 핵 물질 생산시설 폐기와 이에 따른 검증’을 최대치로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치를 사실상 영변 핵시설로 한정지은 것이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이 부분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 외 다른 핵시설의 존재를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한 부분과 적잖은 의견차가 읽힌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α’는 영변 이외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세세한 지명까지 북측에 제시하며 리스트 작성과 신고목록 포함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회담에서 지목한 영변 외 핵시설은 지난해 미국 언론에 보도된 ‘강선’ 우라늄 농축 의심시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강선 외 다른 지역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정보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변 핵시설은 그간 북한 핵개발의 심장 역할을 해왔지만, 수십년 동안 마모돼 상당히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물질 생산 중단의 완전성을 담보하려면 영변 밖의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폐기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생각하는 대북제재의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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