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시간 기차타고 와 '빈손 귀국'…김정은 위상 타격 불가피
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메트로폴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날 채택될 것으로 기대됐던 '하노이 선언'은 끝내 불발됐다.
[하노이(베트남)=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대북제재 완화라는 보따리를 들고 가기 위해 66시간을 기차 타고 달려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빈손으로 귀국하게 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김 위원장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하노이 선언'이 돌연 무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전 11시 55분(한국시간 오후 1시 55분), 오후 2시께 각각 예정됐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했다.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고,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등 조치를 교환하기로 합의하는 '하노이 선언'이 나올거라 예상됐지만 불발됐다.
하노이 선언에 대한 기대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북한에서도 대단히 컸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소식과 하노이 도착 소식 등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행보를 뒤늦게 내부에 알려왔던 그간의 보도 행태와는 달랐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그 성과를 선전하기 위해 주민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알리며 기대감을 키워왔다.
북한 학생들이 27일(현지시간) 평양 거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도착 소식을 전하는 노동신문을 펼쳐든 채 읽고 있다. <사진=AFP연합>
2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체 6면 중 1면과 2면의 지면 대부분을 할애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8개월 만의 회담을 위해 마주 선 순간부터 이어진 친교 만찬까지 총 17장의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대결과 반목의 악순환을 끝장내고 새롭게 도래한 평화번영의 시대에 부응하려는 조·미(북·미)최고 수뇌분들의 드높은 열망과 진취적인 노력, 비상한 결단에 의해 역사적인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노이 선언은 없었고, 북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는 변함이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 매체들은 이번 회담 불발에 관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거나, 미측을 일방적으로 강력 비난하며 모든 책임을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위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재 완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고,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김 위원장은 지키기 쉽지 않게 됐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기차를 타고 4500여㎞를 달려 66시간이나 달려 베트남 하노이에 왔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23일 오후 4시 30분께 평양역을 출발, 26일 오전 8시 10분께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