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재명과 토론 같잖다" → "협의착수 지시"로 바뀐 까닭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와 TV토론을 "어이가 없다, 같잖다"고 거친 표현을 쓰며 반대하더니 일주일만에 법정토론 이외의 토론 협의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된다.
KBS 앵커 출신의 황상무 윤석열 전 선거대책위원회 언론전략기획단장은 그동안 참모들도 토론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토론에 적극 응하자는 목소리를 내왔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16차례 경선과정에서 TV토론에서 정책검증보다 싸움하는 모습만 비춰져 횟수를 좀 줄였으면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2월29일 대구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TV토론 제안과 관련, "국민의 알 권리를 이야기하려면 대장동과 백현동의 진상부터 밝히고 또 민주당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이런 음습한 조직폭력배 이야기, 잔인한 범죄 이야기 그런 것을 먼저 다 밝히라"며 "제가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데서 토론을 해야 되겠느냐.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일주일만인 지난 5일 선대위 쇄신 발표 회견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으로 한정된 토론이라도 제안하면 받겠다고 했는데 토론의사가 있느냐'는 질의에 "저는 상대후보의 대장동을 비롯한 여러 개인 신상과 관련된 의혹, 공인으로서의 정책과 결정,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발표한 공약들과 관련해 국민들 앞에 검증하는데, 3회의 법정토론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아주 효과적인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캠프의 실무진에게 법정토론 이외의 토론에 대한 협의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같잖다며 막말 수준의 비난을 퍼부었던 윤 후보가 적극 토론 검토로 돌연 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윤 후보는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6일 오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후보와) TV토론을 같잖다고 했다가 응하기로 한 이유가 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웃으면서 "어제 다 말씀 드렸는데"라고 답했다.
전주혜 대변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파악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TV토론에 적극 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과 관련해 KBS 앵커 출신 황상무 언론전략기획단장(구 선대위 시절)은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토론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으며 애초부터 기피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황 단장은 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들 입장에서는 토론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불만스러웠던 것이 언론환경이 (윤 후보에) 너무 적대적이어서 윤 후보가 (같잖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단장은 "언론이 윤 후보측의 작은 것(문제점)만 있어도 100배로 부풀리고, 저쪽에는 너무나 호의적으로 수많은 의혹이 있는데도 넘어가니 그런 것을 지적하기 위해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이재명 후보측은 오히려 언론이 편향적으로 불공정하게 보도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언론이 되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황 단장은 "그렇다고 토론을 기피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내부에서는 (윤 후보에게) 토론하게 되면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쪽은 후보가 각종 의혹에 전과 4범이라는 것도 있고, 본인 문제도 많은 반면, 윤 후보야 탈탈 털어도 드러나지 않는데, 불리할 게 없어 기피할 이유가 없다"며 "참모들 입장에서는 토론에 응하자는 입장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TV토론 입장을 바꾸는데 황 단장의 역할이 컸다는 중앙일보 보도를 두고 황 단장은 "윤 후보가 장점이 많은데도 방송화법이 처음이라 서투르다. 결론부터 얘기하고, 끊어서 얘기하고 단문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여전히 법정화법으로 법조문 쓰듯이 긴문장이 나오니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의 TV토론 능력에 의심이 간다는 우려와 관련해 황 단장은 "윤석열 아무것도 모른다는 언론이 덧씌운 이미지는 전혀 아니다"라며 "너무 박식해서 문제다. 그렇다보니 얘기가 장황해지는데, 요점만 얘기해주면 장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단장은 "본연의 이미지와 방송으로서 갖고 있는 이미지가 너무 다르니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 본모습으로 보여주겠다고 한 것"이라며 "(윤 후보가) 바뀌었다면 그런 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토론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느냐는 질의에 황 단장은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 하려고 했는데, 경선 과정에서 16차례 하면서 서로 싸움박질과 인신공격만하고 정책토론이 없던 점을 들어 윤 후보가 '명색이 지도자들이 싸움만 하는 모습을 줄이자, 토론횟수를 줄이자'고 했다"며 "이재명 후보와는 정책토론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대장동 관련 이재명 후보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 기본소득을 비롯해 이 후보 정책이 자주 바뀌는 점에 이 후보가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한다는 차원에서 윤 후보가 '같잖다'는 표현을 썼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지지율이 하락에 TV토론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에 황 단장은 "언론이 그런 분석을 하고 있으나 기본입장은 처음부터 토론을 기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황 단장은 자신도 윤 후보를 만날 때 마다 토론에 응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의 승산과 관련, 황 단장은 "이재명 후보가 달변이고 물 흐르듯 얘기하지만 실제 들어보면 핵심 내용이 없다"며 "반면 윤 후보의 말은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하나, 진솔함과 솔직함, 뚝심을 보여드리면 국민들이 토론해보고 반응이 좋으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토론횟수와 일정을 두고 황 단장은 "방송사와 협의해야 하고, 우선 전체 토론횟수부터 정해야 하는데, 지난 대선(19대)도 법정토론 3회+이외 토론 3회 등 6회를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개인적 생각으로는 두달 밖에 남지 않아 더 많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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