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CNN기자 출입정지…또 언론과 전쟁
기자회견서 이민 문제 질문에 “무례한 사람…마이크 내려놓으라”
백악관, 마이크 뺏으려는 여성 인턴에 손 댔다 주장하며 출입정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운데 여성은 기자의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백악관 인턴 직원.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운데 여성은 기자의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백악관 인턴 직원.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6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더 예민해지고 공격적인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에 빼앗겼어도 상원에서 의석을 늘리며 다수당을 유지한 것을 “엄청난 승리”라고 주장하며 여유있는 척 하지만, 속마음은 사정이 다른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튿날인 7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엔엔>(CNN) 기자를 매우 공격적으로 모욕한 데 이어 해당 기자를 ‘출입 정지’시켰다.
이날 낮 12시부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1시간20분여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극적인 자금모금과 매우 적대적인 언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상원 다수당을 지켰다”고 자평하고, 민주당을 향해서는 “초당파적 협상을 할 기회”라며 협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보인 태도는 이전보다 공격성이 심해진 모습이었다.
공격적인 질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마찰을 빚어온 <시엔엔>의 짐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유세 때 카라반(중미 출신자들의 미국행 이민 행렬)을 ‘침입자’(invader)라고 부른 점을 문제 삼으며 “당신이 이민자들을 악마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등 연쇄질문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게 침입이라고 생각한다. 당신과 나는 의견 차이가 있다”, “나는 그들이 합법적으로 입국하기를 원한다”며 날카롭게 맞섰다. 공방이 오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는 내가 운영하고 당신은 <시엔엔> 운영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잘 하면 시청률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했다. 아코스타 기자가 추가질문을 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됐다(That’s enough)”, “앉으라”는 말을 반복하며 다른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넘겼다. 그럼에도 아코스타 기자가 마이크를 쥔 채 질문을 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내려놓으라”며 “<시엔엔>은 당신을 일하게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한 사람이다. <시엔엔>에서 일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백악관 여성 인턴이 아코스타 기자의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더 진행하지 않겠다는 듯이 발언대 옆으로 비켜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엔엔>이 많이 하듯이 가짜 뉴스를 보도하면 ‘국민의 적’이 되는 거다”라는 말도 했다.
이 상황이 벌어진 뒤 <시엔엔>은 회사 차원에서 논평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아코스타 기자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몇 시간 뒤인 이날 저녁 백악관은 세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어 “아코스타 기자가 (마이크를 놓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백악관 여성 인턴의 몸에 손을 댄 점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아코스타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향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지한다”고 밝혔다. 아코스타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백악관 경호직원에게 출입증을 반납하는 장면을 올렸다.
아코스타 기자가 백악관 인턴의 몸에 손을 댔다는 샌더스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다른 매체의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트위터에 “내가 옆에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코스타 기자를 옹호했다. <뉴욕 타임스>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피터 베이커는 트위터에 “내가 1996년부터 백악관을 출입한 이래 이런 일은 처음 봤다. 다른 대통령들은 거친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회견에서 <피비에스>(PBS)의 흑인 여성 기자가 “(“나는 민족주의자”라는) 당신의 발언이 백인 민족주의자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건 인종주의자 질문이다”, “나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모두발언에서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자신이 지원유세 간 곳에서는 대부분 당선됐고, 자신과 거리를 두려한 후보들은 “매우 형편 없었다”며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버지니아주의 바바라 컴스탁 의원에 대해 “그녀는 내가 도와주는 것(embrace)을 원하지 않았다. 그걸로 비난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녀는 상당한 차이로 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아 러브(유타주), 피터 로스캄(일리노이주), 에릭 폴슨(미네소타주) 등 낙선자 5~6명의 이름을 이런 식으로 나열했다. 이를 두고 <시엔엔> 앵커 제이크 태퍼는 방송에서 “무덤 위에서 춤을 췄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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