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대통령 당선…대학생들 "수업 거부"
아버지 독재 미화한 SNS 전략 유효…두테르테 대통령 딸은 부통령 당선
필리핀 대선에서 1986년 민중혁명으로 퇴출된 페드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학생들과 시민운동가들은 수업 거부 등 즉각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필리핀 <ABS-CBN> 방송을 보면 10일(현지시간) 오전 10시17분 기준 개표가 96.47% 완료된 가운데 1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4), 일명 봉봉 마르코스가 유권자 6700만명 중 3062만여표를 얻어 1461만여표를 얻은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을 큰 표 차로 따돌리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마르코스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부통령 후보 사라 두테르테(43)도 3100만여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마르코스는 1965년부터 1986년 민중 혁명으로 퇴출될 때까지 장기 집권했고 21년 재임 기간 중 14년 간 계엄령을 시행해 권력을 유지했다. 이 기간 동안 3만4000명의 노동조합원·학생운동가·작가·정치인 등이 고문을 당했고 3240명의 주검이 공공장소에 버려진 채로 발견된 것을 포함해 정권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많은 사람들이 체포돼 고문 당하거나 실종됐다. 필리핀 대법원은 재임 기간 중 마르코스가 100억달러(약 12조7000억원) 가량의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봤다. 퇴출 돼 미국으로 도피할 당시 알려진 마르코스의 아내 이멜다의 3000켤레에 달하는 고가 구두 모음은 일가의 사치 행각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은 퇴출 뒤 설립된 바른정부위원회(PCGG)에 의해 지속적으로 조사되고 여전히 환수 되는 중이다. 다만 이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마르코스 주니어가 이를 폐쇄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아버지의 계엄령 하에서 이뤄진 인권 탄압과 부정축재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르코스는 퇴출 3년 뒤인 1989년 사망했지만, 마르코스 일가는 1991년 필리핀으로 귀환했고 마르코스 주니어는 강력한 지지 기반인 일로코스 노르테 지역을 발판 삼아 이듬해 의원으로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마르코스 주니어의 이번 당선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재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층 공략에 성공한 데 일부 기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방송 <BBC>는 최근 수 년 간 페이스북이 마르코스 독재를 미화하고 비호하는 익명의 계정들로 넘쳐났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러한 소셜미디어 계정들은 마르코스 독재를 "황금기", 마르코스는 "정치 천재"로 묘사되는데 실제 당시 필리핀은 막대한 외채를 떠안은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방송은 페이스북이 2017년부터 150개 이상의 관련 내용을 삭제했으며 트위터는 1월에 마르코스 주니어 지지자들과 연결된 수백 개의 계정을 정지시켰다고 보도했다. <BBC> 보도를 보면 필리핀의 16~64살 성인들의 하루 평균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은 4시간으로 높은 편이어서 이 같은 선거 전략이 더 유효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활발한 소셜미디어 유세에 비해 언론 접촉을 꺼렸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마르코스 일가는 언론이 "편향적"이라며 언론 인터뷰와 텔레비전 토론을 피했고 거리 유세 등을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 주니어의 러닝메이트인 사라 두테르테는 적법 절차 없는 처형이 가능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은 현직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로 필리핀의 "재부흥"을 외치며 당선됐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6000명~2만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됨에도 두테르테에 대한 지지율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2021년 이전까지 50%대를 유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마르코스 주니어의 최대 경쟁자였던 인권변호사이자 현 부통령 로브레도는 2016년 부통령 선거에서 마르코스 주니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큰 표 차로 패했다. 현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고 투명한 정부와 민주주의를 옹호했던 로브레도의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를 "선과 악의 대결"로 불렀고 가톨릭 사제들이 지지 성명까지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로브레도는 당선권에서 멀어지면서 지지자들에게 "이번 선거로 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겐 거짓을 해체할 시간과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클레오 앤 칼림바힌 라살대 정치학 교수는 <가디언>에 마르코스 주니어의 당선이 "1986년 이후 별다른 진전을 목도하지 못한 대중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개혁 의제와 개혁파의 무능력으로 인해 대중들은 개혁적 후보를 경계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시민활동가 거센 반발…"거짓과 역사 왜곡에 기반한 승리"
마르코스 주니어의 당선이 확실시되며 대학생들과 시민활동가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ABS-CBN> 방송은 개표가 진행되며 학생 시위가 촉발될 조짐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필리핀대 이사회 학생 대표 사무국은 소셜미디어(SNS)에 "마르코스 대통령 아래에서 수업을 거부한다. 학생들이여, 뛰쳐나와라!"라는 게시글을 올리고 의회의사당까지의 행진을 공지하는 등 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매체는 딜리만대 학생회도 "거리에서 만나자!"는 게시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마르코스 정권의 탄압을 기억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AP> 통신을 보면 마르코스의 귀환에 반대하는 모임(CARMMA)은 "거짓과 역사 왜곡, 대중 기만으로 쌓은 선거운동에 기반한 승리"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70년대 계엄령 아래서 두 번 체포돼 고문당한 적이 있는 전 인권위원장 에타 로살레스는 "나는 수많은 고문당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살해당했고 나는 강간당했다. 우리는 마르코스 정권 아래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웠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진 이번 대규모 선거에서 폭력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8일 북부 일로코스수르주의 마그싱갈 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지지자들간 총격전이 벌어져 4명이 숨졌다. 같은 날 남부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 투표소 근처에서 수류탄이 5차례 터져 9명이 다쳤다. 마긴다나오는 지난 2009년 주지사 선거 때 반대 후보에 대한 습격으로 취재 중이던 수십명의 언론인을 포함한 58명의 사망자를 낸 지역이기도 하다. 라나오델수르 지역에서는 투표소 습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필리핀에서는 선거 기간 중 폭력 사건이 흔히 발생해 이번 선거 기간에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27만명의 경찰과 군인이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당국은 이번 선거가 비교적 평화로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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