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 지휘·감독받은 위탁계약 지점장은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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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사 지휘·감독받은 위탁계약 지점장은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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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사 지휘·감독받은 위탁계약 지점장은 근로자"

입력
 
 수정2022.05.05. 오전 9:01
 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위탁계약형 지점장들, 해지되자 보험사에 소송
보험사 위탁계약형 지점장 근로자성 첫 판단
업무형태, 지휘·감독 여부 등 사례 따라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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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보험사로부터 위탁받아 지점을 운영하는 위탁계약형 지점장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지점장들이 보험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임금과 비슷한 돈을 받고,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보험사가 모두 부담했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면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가 농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와 함께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와 한화생명보험을 대상으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와 B씨는 각 보험사에서 위탁계약형 지점장으로 일했다. 보험사와 지점 운영에 관한 위탁계약을 맺은 뒤, 지점 운영과 보험설계사 관리 등의 업무를 맡은 것이다.

그러던 중 A씨와 B씨는 각 보험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자 소송을 냈다. 자신들은 보험사의 지휘·감독 하에 돈을 받으며 일해 사실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라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이들과 같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겉으로 보이는 계약의 형태보단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따져야 한다. 사업주에 종속돼 임금을 받기 위해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가 기준이다.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했는지, 근무시간이나 장소를 지정했는지, 업무에 사용된 비품 등이 누구의 소유였는지, 업무 수행에 따른 이윤과 손실을 누가 부담하는지 등 여러 경제·사회적 사정을 헤아려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A씨와 B씨의 경우에는 상위 영업조직장에게 실적 달성을 위한 업무를 보고하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점이 인정됐다. 근무시간에 관한 규정은 없었으나 보험사가 제공한 사무실로 정규직 지점장과 비슷한 시간에 출퇴근한 점도 판단 근거로 언급됐다.

사무실 비품이나 지점 운용비용은 모두 보험사가 부담했으며, A씨 등이 다른 사람을 고용해 직접 사업을 운영하거나 이윤과 손실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볼 사정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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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은 대법원 판단도 있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C씨 등이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대법원 2·3부(주심 조재연·김재형 대법관)는 D씨 등이 흥국화재해상보험을 대상으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C씨와 D씨 등도 마찬가지로 보험사에서 위탁계약형 지점장으로 일한 뒤 계약을 해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등의 사례와 달리 이들은 보험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봤다. 보험사들이 업무계획이나 실적목표 등을 제시하며 달성을 독려하긴 했지만 지점장들이 자율적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에서다.

C씨와 D씨 등이 받은 수수료도 근로의 대가 성격으로 제공된 임금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지점장마다 수수료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C씨와 D씨 등이 직접 돈을 들여 업무보조 인력을 채용하거나, 소속 보험설계사의 해촉으로 돌려받지 못한 수수료를 토해내는 등 보험사와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비용이나 책임을 부담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처럼 대법원이 보험사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이라는 이유로 모두 근로자로 볼 게 아닌, 업무형태나 지휘·감독 여부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해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로자로 인정된 지점장들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라며 "보험회사도 향후 인력운용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경영판단의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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