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보험금 노린 교통사고로 아내 살해 혐의
대법원 "살인 혐의 무죄·치사 혐의 유죄"
남편 "보험금 달라"…1심서 판단 엇갈려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전경(사진=뉴시스DB). 2021.07.2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외국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남편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두번째 1심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과 관련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1심 판결도 나온 바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
206단독 류희현 판사는 A씨와 딸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1월 메리츠 보험의 자동차 보험을 가입했다. 다른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해서 손해를 배상해줘야 할 경우 1억원을 한도로 그 손해를 배상 받는 대인배상 등이 포함된 상품이었다
A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
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동승자였던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인 아내 B(당시
24세)씨가 사망했다.
A씨는 의도적으로 이번 자동차 사고를 내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B씨 앞으로
95억원 상당의 여러 보험을 들었고, B씨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을 바탕으로 의도적인 사고라고 의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A씨가 업무로 인해
21시간 이상 숙면하지 못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 판단했다. 2심은 A씨가 범행 전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것을 바탕으로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살인과 사기 혐의는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고 금고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와 딸은 사망한 B씨 몫인 대인배상 한도액 1억원과 자동차 상해 사망 보험금 1억원의 상속분을 달라며
2016년에 이번 소송을 냈다. A씨가 기소되면서 재판이 지연됐지만 무죄 확정 후 재판이 진행됐다.
변론과정에서 메리츠 보험 측은 "원고(A씨와 딸)들은 보험사고의 우연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오히려 A씨의 고의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많다. 따라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류 판사는 살인 혐의 재판 결과와 같이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메리츠 보험이 B씨 몫의 보험금을 상속 비율에 따라 A씨와 딸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류 판사는 "이번 사고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부로부터 생긴 사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A씨가 고의로 이번 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망인을 피보험자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지만, 사망 보장 목적의 보험만 가입한 것이 아니라 질병 대비 또는 연금 목적 보험도 가입했고, 일종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리츠가 상속비율에 따라 메리츠 보험이 A씨에게
6000만원, A씨 딸에게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앞서 같은 법원 민사합의
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A씨와 딸이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기도 했다.
A씨가 미래에셋생명보험과 맺은 보험의 피보험자는 메리츠 보험 사건과 달리 B씨였다. 민사합의
36부는 B씨가 평소 한국말이 어눌했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B씨가 약관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같은 법원 민사합의
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A씨가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삼성생명보험도 미래에셋생명보험과 같이 서면흠결을 주장했지만 민사합의
37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교보생명보험과 흥국화재보험 등을 상대로도 별건의 보험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