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진동도 아랫집엔 천둥소리”…층간소음, 아래 위 모두가 피해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지역의 대표적인 고급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알리는 ‘층간소음 민원에 대한 안내문’이다.
설마 평당 1억원에 육박하는 비싼 아파트에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수면을 방해할 정도로 아랫집에 들려 민원이 제기될까 싶지만 사실이다. 관리사무소에서는 “한 두 곳이 아니라 민원이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민원에 제기된 동에는 엘리베이터에 안내문을 붙여놓는다”라고 말했다.
단지 이 아파트뿐만 아니다. 대한민국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와 빌라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그룹 회장, 유명 연예인들이 살고, 한 채 70억원이 훌쩍 넘어 가장 비싼 아파트라는 말을 듣는 한남동의 최고급 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이 문제되기도 했다.
작년 이 아파트는 생활지원센터장 명의로 1.야간 소란행위 금지 -오디오, 소리지르기 -가구끌기, 운동기구 사용 2.의자와 탁자 등 소음패드 부착 3.실내에서 가능한 슬리퍼를 착용 등에 대한 부탁문을 공지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층간소음 문제는 거의 모든 공동주택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층이 너무 예민해서도 아니고, 윗층이 너무 무심해서도 아니다. 근본적 원인은 아파트의 설계 시공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이를 용인하는 법 제도상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 감사원의 층간소음에 대한 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작년 말 입주 예정인 서울·경기 지역의 신축 공공·민간 아파트 191채 중 96%(184채)가 층간소음 공사에 있어서 인정받은 수준보다 낮은 등급으로 시공된 것으로 드러난 것. 이 중 60%(114채)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성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주 원인으로 허술하게 운영된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를 꼽았다. 아파트 등 층간 바닥에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인정기관(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사전에 성능을 시험해 인정받은 바닥구조로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인정기관부터가 관련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또는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층간소음 차단구조 인정업무를 수행했다.
국토부는 감사결과를 참고해 사전 인정제도에서 입주시점에 소음문제를 측정하는 사후확인제도를 2022년 7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업체들도 이제야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처럼 층간소음 문제해결을 위한 각종 방안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모습니다.
롯데건설은 기술연구원 산하에 소음 진동 전문 연구 부서인 소음 진동 솔루션팀을 만들었다. 삼성물산은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해 석박사급 전문가들을 충원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층간소음을 잡아낼 수 있는 바닥구조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 변경이나 건설사들의 노력들이 이미 지어진 아파트들의 층간소음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일이고, 따라서 층간소음 분쟁이 사라질 날은 요원하다.
우귀동 아도니스글로벌 대표는 “층간소음 문제에 있어서 “원천적인 원인은 제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정부와 문제가 있음에도 해결 없이 물건을 판매한 건설업체에게 있다”며 “이로 인해 소음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가해자나 그 소음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 모두가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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