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금리 '6% 시대' 초읽기…숨죽인 '영끌·빚투족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6%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주담대 최고 금리는 이미 5% 중반대로 진입했고 최저 3%대 대출금리도 조만간 완전히 종적을 감출 것으로 보인다.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채(AAA등급 5년물)를 지표금리로 삼는 KB국민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현재 4.00~5.20%로 지난달 말 3.88∼5.08%에서 0.12%포인트 급등했다. 국민은행 신용대출(금융채·12개월 기준) 금리 역시 같은 기간 3.47~4.47%에서 3.68~4.68%로 0.21%포인트 올랐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와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대출금리가 불과 며칠 사이 크게 오른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97~5.38% 수준으로 지난 8월 말과 견줘 1%포인트 안팎 급등했다. 고정금리로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으려면 최저 연 4%에서 5% 중반대의 이자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 4개 은행의 변동형(6개월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도 최저 3.45%에서 최고 4.82%로 두 달 전(최고 4.19%)와 견줘 상단 금리가 0.62%포인트 금리가 뛰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 범위 역시 3.02~4.17%에서 전날 기준 3.36∼4.68%(1등급)로 최고 금리가 0.51%포인트 급등했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은 지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에 인상한 이후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을 지표금리로 삼는다. 신용대출 역시 금융채가 지표금리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8월 말 1.89%에서 지난달 말 2.65%로 약 두 달 만에 0.76%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 문턱을 높인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폐지한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물가상승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에 채권시장이 요동치면서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시장금리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지난달 국내 물가 상승률은 근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한은 금통위도 물가 상승 압력 대응을 위해 25일로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 시장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져 연내 대출금리 '6% 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제로 한도가 줄거나 돈줄이 막힌 실수요자와 취약차주는 이자부담이 커지는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9월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1%(잔액 기준)에 불과하다. 75%에 달하는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 상승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1800조원의 빚을 진 가계 이자비용이 약 12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급등하는 대출금리와 관련해 "서민·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에 대해선 여러가지 대책들이 있고, 이미 발표한 것도 있다"며 "정책금융과 서민금융을 더 많이 신경쓰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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