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코로나에 독감까지 ‘트윈데믹’ 우려 속 ‘여름감기’도 비상
전반적인 방역 완화 속에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률마저 예년보다 저조하면서 올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여름감기’로 불리는 파라인플루엔자 환자까지 증가 추세여서 방역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핼로윈 데이, 위드 코로나 1단계 방역 완화가 코로나19 유행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주 초반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이완되면 호흡기 감염병도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국적으로 확산중이다. 보통 4~8월 유행해 ‘여름 감기’로도 불리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9월 말부터 환자가 늘었다. 파라인플루엔자는 대부분 경미한 발열,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이 발생하지만 심한 경우 소아는 하기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예방접종을 따로 하지 않고 치료제도 없어, 손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난해는 방역이 강화되고 개인 위생이 강조되면서 국내에서 파라인플루엔자나 독감 모두 유행하지 않았다. 이상원 중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파라인플루엔자·인플루엔자는 서로 다르지만 외피를 가진 바이러스라는 특징이 있고, 파라인플루엔자 유행은 앞으로 인플루엔자도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조증상”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지난해 인플루엔자 유행이 없어 상대적으로 면역력을 가진 이들의 비율이 떨어지고, 위드 코로나에 사회적으로 이완되는 분위기,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해 작년보다는 훨씬 더 인플루엔자의 유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은 코로나19보다 독성이 약하고 치료제도 있지만, ‘트윈데믹’ 상황이 되면 두 질환의 발현 증상이 유사해 의료기관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입원 수요도 늘 수 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겨울철에는 중환자 병상이 부족했다”며 “일상회복을 진행하면 호흡기 감염이 다 같이 늘 가능성 있고, 의료 역량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독감 예방접종 참여율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시기적으로 겹쳐 이상반응 등을 우려하거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플루엔자 접종을 대체하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인플루엔자 유행 경보 없이 지나가면서 경계심이 느슨해진 영향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인플루엔자 A형은 12~1월, B형은 3~4월이 유행이 크게 오는 경향이 있다”며 “일상회복이 진행 중이니 시간적으로 3~4월엔 크게 유행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핼러윈데이와 이달 1일 위드 코로나 시행이 코로나19 유행에 미치는 영향은 일주일 뒤쯤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향후 확진자 규모를 일일 발생 기준이 아니라 ‘7일 이동평균’(최근 1주간의 일평균)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위드 코로나 방역 지침과 관련 일부 혼란도 야기됐다. 당국은 전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첫 경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일부 팬들이 응원 구호를 외치거나 함성을 지른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접종완료자로만 관람하면 취식은 되지만 응원·함성은 할 수 없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함성이나 구호를 외치면 침방울 배출이 많아지고 강해져서 마스크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 중 백신 미접종자의 등하교·출퇴근을 제외한 외출·외박 금지와 관련해 아동시설 중심으로 차별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선 외출 제한을 없애는 등 가이드라인을 다시 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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