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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플래너 고백 "죄책감 없이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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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웨딩드레스가 전시된 상점 전경. Pixabay@Michael Gaida

흔히들 결혼 전반을 발품을 팔아 준비하는 ‘워킹족’은 전체 결혼 중 1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비부부의 90%는 웨딩 컨설팅 업체 또는 웨딩홀 패키지를 통해 알게 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결혼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결국 특정 웨딩 컨설팅 업체의 웨딩 플래너를 찾게 된다는 말이다.

플래너는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3종세트뿐만 아니라 각종 혼수와 관련된 정보를 예비부부에게 제공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플래너는 행복한 결혼 준비를 위해 존재하지만 이들의 현실은 그리 장밋빛이 아니다. 단적으로 플래너의 평균 근속연수는 2~3년에 불과하다. 과도한 업무량 대비 적은 임금, 웨딩 컨설팅 업체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돌아오는 각종 불이익 등이 플래너들을 ‘장기근속’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6월 4일 서울 청담동 모처에서 전직 플래너를 만나 업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0년대 초반부터 플래너 일을 해온 그는 현재도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컨설팅 업체 대표의 지시를 잘 따르는 플래너만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래너들의 근속연수가 너무 짧다.

“노동강도가 많이 세다. 페이도 근무한 만큼 맞춰주지 않는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기본급이 50만원이었는데 지금도 신규 플래너들의 기본급은 50만원대다. 플래너들은 기본급 외에 자신이 계약을 성사한 만큼의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형태라 최종적으로 받아가는 월급은 150만~200만원을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을 많이 해야 그만큼의 돈을 받아간다는 공식이 되니 힘들 수밖에 없다. 각종 웨딩 박람회가 매달 열리지 않나. 박람회 준비 지시가 떨어지면 그때부터 철야가 시작된다. 일단 밤 10시를 넘기는 건 기본이다. 문제는 박람회가 매달 있다는 것이다. 매달 철야 주간이 있는 셈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경력이 2~3년 넘어가는 플래너를 원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 자기 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회사가 ‘이번에는 이 업체들로 몰아서 판매하라’고 해도 시키는대로 안 하는 거다. 그래서 회사도 근속연수가 2~3년이 넘어가는 플래너는 그만두게 만들고, 신규를 계속 뽑는다.”

-컨설팅 대표가 시키는대로 특정 업체 몰아주기를 한다는 말인가.

“요즘은 거의 박람회 위주로 돌아가지 않나. 각종 웨딩 박람회를 세팅할 때부터 주력업체 포트폴리오만 들고 간다. 또는 주력업체만 특가를 받는다(특가로 할인 이벤트를 꾸민다는 얘기다). 몇몇 컨설팅 업체의 경우 몰아주기로 한 주력업체의 상품을 플래너가 고객에게 판매하지 못하면 페널티(기본급에서 3만원, 5만원씩 공제하는 것)를 주기도 한다. 깡패들이나 하는 짓을 한다. 왜냐하면 특정 ‘스드메’ 업체에 물량 몰아주기를 해주기로 약속하고 컨설팅비를 몇천만 원씩 미리 받았기 때문이다. 플래너들에게 강압적으로 판매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특정 업체로 몰아가기 위한 요령을 따로 배우나.

“배운다. 세일즈 교육을 한다. 고객이 제휴업체 외의 업체명을 갖고 와서 ‘여기서 하고 싶다’고 할 경우 무조건 (비제휴업체) 비방은 안 하도록 한다. 비제휴업체에 대한 비방은 하지 않되 왜 우리가 그 업체와 제휴하지 않고 있는지, 비제휴와 제휴의 차이는 뭔지 설명을 해준다. 이런 식이다. ‘비제휴는 고객님에게 금액적으로 메리트가 없다’, ‘상품 핸들링(중간에서 조정해주는 일)을 못해준다’ 등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수긍한다. 이유는 비제휴든, 제휴든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발품팔아 열심히 찾아온다고 해도 해당 업체는 거의 컨설팅 업체에서 브랜딩(이미지 마케팅)을 한 곳들이다. 브랜딩을 컨설팅 업체에서 하다보니 ‘스드메’ 상품의 이미지가 특정 범위를 넘어가지 않는다. 비슷하다. 하다못해 스튜디오 촬영도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는 ‘콘셉트’라는 게 없어진 지 오래다.”

-‘스드메’ 업체 입장에서는 반발할 만도 하다.

“그렇게 못한다. 왜냐하면 컨설팅 업체가 물량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스드메 업체 중 컨설팅 업체의 눈밖에 나는 짓을 하거나 뭔가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끼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컨설팅 업체에서 해당 스드메 업체에 물량을 주지 않는다. 결혼 성수기에 1~2주만 고객 물량을 받지 못해도 자금유통 때문에 폐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스드메 업체들은 컨설팅 업체의 눈치를 보고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도 예비부부들 입장에서는 사고 없이 결혼 준비만 잘하면 피해는 없는 것 아닌가.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스드메’ 업체들은 컨설팅 업체에 무리한 수준의 마케팅비를 상납하다보니 고객을 많이 몰아 받아도 남는 게 거의 없다. 그러면 중도폐업을 한다. 예복·예물업체, 심지어 여행사까지 신랑·신부님들이 결혼을 하기 전에 폐업을 하는 바람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게다가 마케팅비 지출을 보전할 목적으로 스드메 업체들이 신랑·신부님께 각종 추가요금을 붙이기 때문에 초기에 계획한 예산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 결국 고객의 피해로 돌아간다. 드레스 3벌 입어보는 걸 기본으로 계약했는데 또 다른 걸 입어보겠다 하면 추가비용을 요구하고, 원본 CD비로 35만원을 청구하는 식의 추가요금 요구가 대표적인 업체의 횡포다. 문제는 업체 간 출혈경쟁이 이뤄지다보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업체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컨설팅 업체이고…. 스드메 패키지 가격이 200만원도 안 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플래너 일에 회의를 느낀 적은 없나.

“이 일이 좋아서 시작했고, 대형 컨설팅 업체에 속해 플래너 일을 할 때는 ‘스드메’ 업체로부터 받아내는 각종 마케팅 비용이 정당한 비용이라 생각했었다. 그들로부터 (속된 말로) ‘삥 뜯는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그런데 이 일을 계속 하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정당하게 마케팅 및 광고를 해주고 대행비용을 받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데 너무 많이 받았다. 그리고 스드메 업체들끼리 가격 응찰을 시켜 더 낮은 가격을 부르게 강요했다. 그런데도 죄책감이 없었다. 업계 전반이 투명해지고 자정을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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