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혹한기 대처법 “마통 한도 정리하고, 만기 꼼꼼히 계산하라”
금융위원회가 지난 26일 내년부터 적용할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대출받을 계획이 있는 이들 사이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방안은 총 대출액이 2억원이 넘는 신규 대출에 대해 ‘40% 이내’로 강화된 대출자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빚 갚을 능력을 더 꼼꼼히 따지겠다는 것이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대출은 올해 안에 빨리 받아놓아야 할까. 이미 받은 대출은 정리하는 게 나을까. 대출 ‘혹한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을 짚어본다.
혹시라도 목돈 쓸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한도만 받아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이너스통장은 필요할 때 썼다가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갚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DSR을 산정할 때는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어 잘 따져봐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돈을 빌려 쓰지 않더라도, 한도를 기준으로 DSR을 산정한다. 실제 받은 대출이 ‘0원’일 경우에도 마이너스통장의 한도 때문에 DSR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그래서 내년에 주택 자금 등 큰돈을 대출받을 계획이 있다면 쓰지 않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정리해 낮춰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은행들이 불어나는 대출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에 비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 이하로 대폭 줄이는 중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도를 고의로 줄였다가 새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려고 할 경우 전만큼 한도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음을 뜻한다.
내년에 더 강화되는 대출 규제 ‘헷갈리지 마세요’
내년에 대출을 계획 중인 이들의 또 하나 고민은 올해 대출을 앞당겨 받아두어야 하는지다. 금융위는 올해까지 받은 대출에 대해선 강화된 DSR 규제를 소급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받은 대출을 내년에 토해낼 일은 없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또 대출을 갈아탈 때도 DSR을 이유로 대출 한도를 줄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받아둔 대출이라 하더라도, 내년에 대출을 더 받거나 한도를 늘려 DSR을 산정해야 한다면 거기엔 합산이 된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자들이 추가로 신경 써야 하게 되는 변수가 생겼다. ‘대출 만기’다. DSR 산정 때 쓰는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총 대출액(원금+이자)을 대출 만기로 나누어 산정한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액이 적어지고 DSR이 낮아져, 대출 가능한 금액이 커지게 된다는 뜻이다.
같은 금액을 대출할 경우, DSR 측면에서만 보면 신용대출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이 유리하다. 주택담보대출은 만기가 보통 10~30년으로 길기 때문에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신용대출보다 적어 DSR이 낮아지는(대출 한도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분할상환을 하지 않는 신용대출 만기를 내년부터 5년으로 줄이기로(지금은 7년 적용) 해, DSR 산정 때 신용대출은 더 불리해졌다. 단, 주택담보대출은 처음부터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원리금 분할 상환형이 대부분이라 빚을 바로 갚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신용대출을 받을 때도 분할상환형을 선택하면 일괄적인 만기 ‘5년’ 대신 ‘실제 만기’를 DSR 산정 때 적용받을 수 있어 유리해진다. 분할상환형 신용대출은 만기를 최장 10년으로 정하고 원리금을 매월 갚아나갈 수 있는데, 그 만기가 5년보다 길다면 연간 상환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대출 가능액이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8000만원인 대출자가 주택담보대출을 1억5000만원(금리 연 2.8%, 만기 10년, 연간 원리금 상환액 약 2200만원)을 받은 상태로 신용대출을 6000만원(금리 3.5%) 더 받으려고 할 경우, 이를 일시상환형으로 받으면 연간 상환액이 약 1400만원으로 잡혀 DSR이 41.3%까지 올라간다. ‘DSR 40%’ 규제에 걸려 대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8년 분할상환을 선택하면 연간 상환액이 약 1000만원으로 낮아지고 DSR도 36.3%로 내려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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