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변이 '누' 등장…아시아 증시 와르르
◆ 변이 코로나 덮친 증시 ◆
아프리카에서 새로 발생한 코로나19 '뉴(Νu) 변이' 바이러스와 중국 규제 리스크가 외국인 투자 심리를 흔들면서 세계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가 일제히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연말 '일상 속 코로나' 분위기에 맞춰 소비·유통주를 사들이던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바꿀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47% 떨어진 2936.44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489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16억원, 3710억원을 순매도한 결과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53% 급락했다. 중화권에서는 홍콩 항셍지수가 2.67% 떨어졌고 대만 자취엔지수(-1.61%)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6%) 순으로 낙폭이 컸다.
이날 불거진 두 가지 악재 중 하나는 코로나19 뉴 변이 등장이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은 뉴 변이가 "지금까지 본 것들 가운데 최악"이라며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이 극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코로나19 백신 효과를 무너뜨릴 만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소식에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규제 리스크도 다시 부각됐다. 공산당 지도부가 자국 최대 공유차량업체 디디추싱을 향해 미국 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라고 압박했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지자 홍콩 증시에서는 중국 대형 기술주가 급락해 항셍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 매도세와 위안화 약세 여파가 번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전날보다 3.1원 떨어지며 달러당 1193.3원으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이날 장이 열리자 큰 폭으로 하락하며 주요 지수가 3% 이상 급락했다. 26일(현지시간) 개장을 앞둔 뉴욕 증시 주요 지수 선물은 1~2%대 하락세를 보였다. 브렌트유 선물도 런던에서 전날 대비 6%가량 하락하며 거래됐다. 지난 6월 이래 최대 낙폭이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날 런던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전일 대비 9.2% 급락한 5만3551달러를 기록했다.
홍콩서 '뉴 변이' 확진자 2명
경제성장 둔화 우려 커지고
중국 규제 리스크까지 겹쳐
닛케이·홍콩증시 2%대 하락
유럽 증시·美선물도 급락세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26일 코스피가 1.5% 하락했다. 이날 홍콩·일본 증시도 급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로비 전광판에 주요국 증시 상황이 표시돼 있는 모습. [한주형 기자]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이 세계 자본시장을 강타했다.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26일 일제히 하락했다. 새 변이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다시 멈추고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홍콩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것이 공포를 키웠다.
이날 닛케이225 지수는 2.53%(747.66포인트) 급락해 2만8751.62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 21일 이래 최대 낙폭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2만9000선이 무너졌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강력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또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세 증가로 인한 봉쇄조치 재도입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한 셈이다. 이치카와 마사히로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 수석시장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변이 바이러스 출현 소식이 없었다면 오늘은 조용한 날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미 미국, 유럽에서는 최근 감염이 증가하고 있었고, 이제 투자자들은 새 변이로 인해 확산세가 한꺼번에 폭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신종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여행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일본 대형 여행사 HIS, 일본항공이 각각 7.27%, 6.48% 하락했다.
위험 회피 심리로 인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는 달러 대비 0.6% 상승했다. 가도타 신이치로 바클레이스 외환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코로나19를 둘러싼 우려가 엔화를 비롯한 안전자산 수요 증가에 분명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라모치 노부히코 도쿄 미즈호증권 시장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새 변이가 전염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졌다"며 "기존 백신이 효과가 없으면 다시 봉쇄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악재로 소프트뱅크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일본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소프트뱅크 주가는 중국 규제당국이 디디추싱에 미 증시 상장폐지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5.19% 주저앉았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디디추싱의 최대 주주다. 중화권 증시도 변이 바이러스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0.56%, 1.61%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2.67% 하락했다.
홍콩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2명 발생했다. 당초 홍콩에서 확인된 변이 확진자는 남아공 여행자로 한 명이었다. 그러나 이 여행자가 의무 격리 기간 중 머물던 호텔 옆방에 투숙한 사람도 '뉴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감염자는 남아공을 다녀온 사람이 아니었다. 두 번째 감염자는 최근 캐나다에서 입국했다. 홍콩에서 이미 2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홍콩 당국은 1차 감염자와 2차 감염자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는데도 2차 감염이 발생했다며 공기를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저스틴 탕 유나이티드 퍼스트 파트너스 아시아연구 부문 대표는 "새 변이의 등장으로 인해 아프리카부터 일본까지 증시에 위험 회피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영국 등 여러 국가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아시아 시장에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감소해 증시 타격이 더 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 수석시장분석가는 마켓워치에 "새 변이 감염 사례가 적지만,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로 인한 아시아 시장의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채권가격 급등, 금값 상승 등 시장 반응이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럽 증시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후 유로스톡스50지수는 한때 전장 대비 3.46% 내린 4144.56을 기록했다. 영국 FTSE100지수와 독일 DAX지수도 3%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프랑스 CAC40지수는 3.75% 떨어졌다. 뉴 변이에 대한 공포가 세계 주식시장을 덮치면서 '월가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7.6포인트 올라 26까지 치솟았다. 올 초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미국 증시 선물도 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 선물은 2.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선물은 1.75%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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