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금융위원회가 갑자기 예정에 없던 설명자료를 내놨습니다.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올라 소비자 불만이 커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해명을 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요즘 대출금리 상승세는 가히 목을 조르는 수준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대 중반까지 치솟았습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여름 이후로만 0.5%포인트 이상 올랐다는 아우성이 사방에서 들립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글로벌 신용 팽창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를 방어하기 위해 뿌려놓은 막대한 유동 자금을 조금씩 거둬들이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금융위 해명은 ‘금리 급상승은 불가항력적이니 국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 어쩔 수 없으니 대책도 없고 계속 뒷짐만 지겠다는 겁니다.

금융위가 대출금리 폭등세를 진정할 수단이 없는 게 아닙니다. 은행들의 이자 실적 잔치에 칼을 뽑아든 전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난 2017년 가을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면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강하게 구두 개입을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금융위의 손발 격인 금융감독원은 “대출금리 산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취약 가계가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가 포착되면 즉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금융위는 지금 180도 바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죠. 금리를 시장이 결정하니까 건드릴 수 없다며 뒤로 숨어버리니 과연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차라리 집값과 가계부채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을 조이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번 해명 자료에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고 버티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정책을 남발해온 걸 익히 지켜봤습니다. 그러다 이제 와서 시장을 핑계 삼아 금리 폭등을 대책 없이 지켜보겠다고만 하니 국민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앞뒤도 안 맞고 설득력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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