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이혼·재산분할 소송 진행되자 변호인 부인에게 빌라 매도
수임료 대신 부동산 넘겨받은 변호사 "정당한 매매행위" 주장
법원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부동산매매계약 취소" 판결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뉴시스 DB)[김천=뉴시스] 박홍식 기자 = 친딸을 성폭행해 수감된
50대가 아내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고 부동산을 가압류 당할 처지에 이르자 자신의 형사사건 변호사에게 부동산 처분권을 넘겼다가 법원에 의해 제지됐다.
법원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변호사 수임료 지급 명목으로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사해(詐害)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김동현 판사는 A씨가 한 법무법인 이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청구소송에서 "A씨 남편과 B씨 사이의 부동산매매계약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결혼이민자인 A씨는
2019년 딸이 수년간 남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돼 경찰에 신고했다.
남편은 성폭력특별법 위반죄(미성년자 강간 등)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후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남편의 유일한 재산이자 A씨가 살고 있던 빌라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A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 재산분할
5000만원 등 모두 1억원을 지급토록 판결했고, A씨 남편 소유의 빌라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인용했다.
그러나 A씨의 남편은 가압류가 인용되기 직전 이 빌라를 B씨에게 매각했다.
뒤 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이르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B씨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빌라를 매각한 A씨 남편과 이를 사들인 B씨의 관계는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 남편은 자신의 성범죄 형사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C씨와 1억
2000만원에 이르는 변호사보수 계약을 맺고, 자신 소유의 빌라에 대한 처분권을 위임했다.
이어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인 C씨는 자신의 부인이자 같은 법무법인 이사인 B씨에게 이 빌라를 매각했다.
부부 사이인 B씨와 C씨는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A씨는 변호사 수임료를 내야 하는 긴요한 사정이 있었다"며 해당 부동산의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들은 A씨 부부 사이에 이혼소송과 재산분할청구권 소송 등이 진행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 공단측은 "남편의 친딸에 대한 성범죄로 인해 부인 A씨의 이혼소송과 재산분할 청구 소송이 예견된 상황에서 형사사건의 변호인과 그 부인이 관계된 부동산 매매과정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해행위의 부당함을 부각했다.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김동현 판사는 형사사건의 변호인인 C씨가 수임료 명목으로 부동산 처분권을 넘겨받은 뒤 부인 B씨에게 매도한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한 뒤 “C씨의 사해 의사가 인정되고, B씨의 악의도 추정된다"며 해당 부동산매매 계약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측 김상윤 변호사는 "끔찍한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도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던 부녀가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이혼소송 과정에서 변호사 수임료 지급을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사해행위가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