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포기한 청년 급증은 인재…방지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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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포기한 청년 급증은 인재…방지 대책 마련 시급

보헤미안 0 386 0 0
러브에이징
 

“저한테 왜 그랬어요?”(피해자)

“그냥,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가해자)

탈영병을 추적하는 영화 ‘D.P. (Deserted Pursuit, 군무 이탈 체포조)’에서 고참들의 가혹 행위 피해자(조석봉 역)가 탈영 후 자신을 가장 악랄하게 괴롭혔던 선임(황장수 역)을 찾아가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다. 입대 전 학생들로부터 봉디(간디처럼 착한 조석봉)로 불릴 만큼 선했던 미술학원 강사를 정서 불안, 보복성 폭행, 탈영과 자살로 몰아간 패륜 행위 이유가 ‘그래도 되는 줄 알아서’다. 단순하고 어이없는 이 대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발생하는 모든 갑질과 불법·부당 행위의 본질을 보여준다.

작년 20대 사망자 54%가 극단적 선택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으로 알려진 ‘밀그램 실험’은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확인시킨다. 1961년 예일대 심리학과 스탠리 밀그램 교수는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학생 역할과 교사 역할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이후 학생이 오답을 말할 때마다 교사에게 15V씩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또 학생이 300V 이상에서는 고통을 느끼고 450V에 이르면 사망할 위험도 있지만 모든 책임은 연구자가 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학생 그룹은 가짜 전기 충격장치를 달았고 교사 그룹은 이 사실을 몰랐다. 실험 전 밀그램 교수는 치사 전압인 450V까지 전기 충격을 줄 사람은 0.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65%로 나타났으며 300V 이전에 전기 충격을 포기한 비율은 12.5%에 불과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개인차는 크지만 후환이 두렵지 않은 상황에서 자행되는 인간의 원초적 잔인함의 끝은 예측하기 어렵다. 전시 상황도 아닌 평상시에도 천인공노할 범죄가 지구촌 곳곳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린이들도 섬뜩한 범죄로 잡힌 상태에서 자신은 촉법소년이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현행법상 촉법소년(만10~14세)은 형사처벌면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도 소년범(13.5%)이 성인(5%)보다 2.7배나 높다(2020년, 법무부).

따라서 인류는 공동체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범죄에 대해 천벌(天罰)이라는 응징 메시지와 함께 죄와 벌을 법적으로 한 쌍으로 엮어 인과응보를 실현해 왔다. 물론 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문화적 상황에 따라 잘못의 경중을 객관화시키기도 어렵고 피해자-가해자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어서다. 하지만 선진 사회라면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생명과 천부 인권이 훼손되는 상황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 발생한 대한민국 청년층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 급증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까. 사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 이후 현재까지 2017년을 제외하면 줄곧 OECD 1위일 정도로 높다. 자살공화국을 확인시키는 뉴스는 진부한 느낌조차 든다. 하지만 실은 2011년을 정점으로 자살률은 감소하는 추세였고 가장 큰 문제는 유독 높은 노년층 자살률이었다.

반면 2020년은 전체 자살률이 2019년보다 4.4% ‘감소’한 상황에서 유독 10대, 20대, 30대 자살률만 각각 9.4%, 12.8%, 0.7% ‘증가’했다. 실제 중·노년층 자살률은 7016%, 6010.7%, 508.4%, 40대 6% ‘감소’했다〈그래프 참조〉.

2020년 한국의 20대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없었지만 자살자는 1471명으로 사망 원인 54.3%를 차지했다. 이는 분명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비극이다. 하지만 보다 더 참담한 현실은 이 결과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하고, 현실적 대응책을 찾는 고관대작이 안보인다는 점이다. 그들도 ‘그냥,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침묵하는 듯하다.

예로부터 한반도에는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왕이 앞장서서 ‘과인의 덕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하고 감선(減膳, 수라상 음식을 줄임)하면서 반성하고 근신하는 전통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797번 있으며 고려시대, 삼국시대에도 존재했다.

20대는 심신 건강이 최고에 달하는 인생 황금기이자 국가의 희망이다. 이들이 생존 본능을 뒤로한 채 자살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나라의 미래는 암담하다. 지금이라도 지도층이 앞장서서 코로나19 팬데믹의 고통을 가장 심각하게 부담한 청년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표 참조〉 개선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청년층 자살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청년 자살 증가는 우리 사회 최대 비극

다음 주부터 ‘위드코로나’ 정책이 시작된다. 한국 인구의 10분의 1, 백신 접종 완료율 84%인 싱가포르가 위드코로나 정책 이후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이 넘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국 인구로 환산하면 하루에 5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미 확진자가 5000명 이상 나오겠지만 압도적 다수가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생은 선택이고 정책도 선택이다. 최고의 선택은 전반적인 균형점을 찾아 유지하는 일이다. 부디 지금부터라도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난 현명한 정책으로 내년에는 청년 자살률이 감소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로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지난 21개월간(1028일 기준) 사망한 40세 미만 인구는 주로 기저질환을 앓던 환자 36명(2012명, 3024명, 20세 미만 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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