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지난 9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에서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들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환경영향 평가와 관련한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로 야기되는 환경영향을 축소해 개발 인허가를 따내려했다는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천화동인 4·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2014년 여름 무렵 서울 시내 한 호텔 주차장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금품 2억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를 대질조사하며 전달된 금품의 액수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남시는 대장동 땅과 제1공단 부지를 함께 개발하는 결합개발을 공식화하고 이들 부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나오기 전에 이뤄지는 것으로, 환경 측면에서 개발계획의 적정성이나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심의에는 성남시 관계자 3명과 함께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 학계 인사 등 외부 인사 4명이 참여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는 그해 3월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서 “대상지내 하천과 대상지 주변의 양호한 지형 및 식생을 보존하는 친환경적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도 그해 10월 성남시에 보낸 심의결과 통보서에서 “지형훼손 외 우수식생 훼손지에 대하여서도 검토 필요”, “생태·자연도 1등급지 훼손방지방안 수립” 등의 의견을 남겼다. 생태·자연도는 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눠 작성한 지도를 말하는데,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1등급 권역은 자연환경 보전이 권고된다.
성남시가 2016년 작성한 대장동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보면 대장동 개발부지는 남동측 경계에 1등급 권역이 일부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발부지 내 개발에 따른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는 2등급 권역도 많았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대장동 주변의 1등급 권역이 일부 해제됐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지난달 20일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대장동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때 일부 지역의 생태 등급이 1등급이었는데, 5년 뒤 1등급이 해제됐다”며 “이의 신청 없이 해제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처음부터 1등급 지역은 개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검찰은 조만간 유 전 본부장을 소환해 로비가 실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인물로, 성남시의 배임 공모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하다.
수사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사흘간 조사를 중단했던 수사팀은 이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 후 처음으로 불러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성남시 윗선의 사업 설계 관여 여부를 밝히기에 앞서 개발 사업자들과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배임 공모 혐의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2015년 2월 공사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작성한 공모지침서를 당시 공사 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정민용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함께 작성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모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정민용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