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코로나 확진에 공연 줄취소…대역 못쓰는 이유는?
9일 국립극단 홈페이지에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의 공연이 21일부터 4일간 중단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출연 배우의 코로나19 확진 때문이다. ‘엔젤스…’ 공연이 취소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1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출연 배우들이 줄줄이 확진돼 지금까지 공연이 재개되지 못했다. ‘엔젤스…’는 별도의 대역 배우를 두지 않고 있어 1명이라도 확진되면 공연을 올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총 28회 차 공연 중 절반에 가까운 12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최근 공연계에서 ‘엔젤스…’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역 배우를 두지 않고 있어 출연 배우가 확진되면 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것이다. 원래 연극, 뮤지컬 등 공연에선 돌발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두는 게 관행이지만 최근엔 그런 공연이 드물다고 한다.
5일 개막한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도 10일부터 5일간 공연이 취소됐다. 대역 없이 휘 역에 단독 캐스팅된 배우 윤태호가 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창극 ‘리어’ 역시 출연 배우의 확진으로 17일에서 20일로 개막이 미뤄져 4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한정된 단원이 여러 공연에 서야 하는 국립창극단 구조상 별도의 대역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더스터디, 커버 등 대역을 뜻하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공연계에서 대역을 두는 관행은 보편적이었으나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연극계에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둘 정도로 여건이 넉넉한 극단이 많지 않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특히 ‘엔젤스…’는 러닝타임 4시간이 넘는 연극이어서 배역마다 대역을 두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배우 중심으로 판매되는 티켓 문화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에선 배우를 보고 티켓을 구입하는 관객이 많아 대역 아닌 더블캐스트 배우가 출연해도 취소표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더블도 취소하는데 하물며 커버 배우가 무대에 선다고 하면 더 많은 취소가 발생한다”며 “현실적인 이유로 커버를 두지 않게 되는 제작사가 많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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