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전에 냉랭한 시선... 윤석열 인수위 '정당성 확보' 총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반 전 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18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 현장을 답사하며 공약 이행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나섰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청와대 개혁을 위한 조치였으나, '일방 통행' '졸속 추진' 등의 비판이 커지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전 후보지로 압축된 국방부와 외교부도 일부 난색을 표하면서 집무실 이전 공약 이행 여부가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방 통행하다 현장 답사로 숨고르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8일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광화문 외교부 청사와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내부시설을 점검했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을 포함해 원희룡 기획위원장,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 등이 동행했다.
윤 당선인의 의중은 국방부 청사로 상당히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윤 당선인과 점심식사를 한 박주선 취임준비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용산 쪽으로 이전한다면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용산 이전을 전제로 대화를 나눴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날 현장 답사에 나선 것은 절차적 보완을 통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봄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며 확고한 이전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여러 의견을 모아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이전 후보지로 결정된 각 부처의 입장을 듣는 모습을 갖췄지만, 각 부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권 부위원장에게 "사다리차를 못 대는 건물 특성상 10개 층 이사에 20일 동안 24시간 풀가동해야 짐을 뺄 수 있다"며 "국방부 본청에 근무하는 인원은 1,060명인데 (청와대가 들어오면) 이전할 가용공간을 찾기 어려워 업무 지연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청사에 전 세계 재외공관과 정보를 주고받는 전용 보안 통신망이 있어 2, 3개월가량 데이터를 백업하고 통신망을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한목소리로 비판 "대통령 집무실이 시급한 문제?"
정치권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①여야를 불문하고 "집무실 이전이 민생보다 우선할 현안이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성헌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제를 어떻게 살리려는지, 코로나19 대응을 어떻게 하려는지가 시급한데 엉뚱한 분야에 시간을 소모한다"고 꼬집었다.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도 "(청와대 개혁은) 건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②절차적 문제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한 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이전 후보지가 바뀌었고, 무엇보다 추진 속도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특별고문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시기를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은 매우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며 "집 인테리어를 다시 해도 보통 두 달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이달 초까지 광화문을 노래해 놓고 느닷없이 용산이 말이 되느냐"며 "누가 봐도 풍수지리설를 믿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청와대 전경. 왕태석 선임기자
③집무실 이전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총 1조950억 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 본청 이전 2,200억 원 △합참본부 이전 2,200억 원 △국방부 근무 지원단 이전 1,400억 원 △청와대 경호부대 및 시설 이전 2,000억 원 △청와대 숙소 등 건축 2,000억 원 등이다. 인수위 측은 과도한 추산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국민의 소중한 세금에 대해 충분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④교통 체증 등 시민들이 느낄 불편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실제 인수위원들이 답사를 위해 국방부 청사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용산구민들의 항의시위로 예정보다 15분 늦게 도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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