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대 확진…그래도 방역 더 조이는 것엔 전문가들 'N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을 찍었다. 24일 2431명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하더니 25일 3273명으로 점프했다. 다행히 주말 효과 때문에 26일 2771명으로 줄었지만 이번 주에 다시 3000명대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5일 브리핑에서 "(지금은) 아주 최악과 중간의 그 어딘가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향후 1∼2주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현 추세대로라면 하루 3000명대 이상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는 2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추석 대이동의 여파가 무섭다. 예견은 했지만,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번 주 방역상황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출발점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60세 이상 고령층, 의료기관 종사자 등 고위험군부터 '부스터샷'(효과를 보강하기 위한 추가 접종)을 곧 시작하고, 10월 초부터 1·2차 접종 간격을 단축해 접종 완료율을 높이며, 청소년과 임신부로 접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무증상·경증 환자의 재택치료 확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덧붙였다.
김 총리 말대로 3000명대 확진은 예견된 상황이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가는 길이다. 1~3차 대유행과 다른 점이다. 추석 이동 증가와 8인 모임 허용이 상승 작용을 했다. '풀면 번진다'는 경험이 이번에도 나타났다. 81일째 2000명 안팎의 확진이 이어지면서 발 빠른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우리 주변으로 번졌고 이번에 더 가까이 왔다. 정 청장은 "10월 초 (개천절·한글날) 연휴에 다시 이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일 8인 모임 허용을 발표하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예행연습을 개시했다. 17일 1차 접종률 70%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3000명 확진 상황이 위드 코로나 기대를 되돌릴까. 식당 영업시간을 더 제한하고 사적모임 인원을 죌까. 전문가들은 "No"를 주문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코로나19는 백신 없던 때와 백신 접종 이후로 나뉘는데, 지금 확진 3000명은 백신 없던 1~3차 대유행의 300명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3000명에 겁먹을 필요가 없고 이를 감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1차 74.1%, 2차 45.2%)이 계속 오르고 있다. 백신이 중증환자와 사망을 크게 줄여준다. 26일 위중증환자는 320명으로 전날보다 19명 줄었다. 사망자는 9명으로 10명 이내로 통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거리두기 4단계를 계속하면 약간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피해가 수백배 발생한다. 10월 초 50대 이상 백신 완료율이 70%가 되니 그때 위드 코로나를 본격 시작해도 된다고 보는데, 단지 준비가 덜 돼 있어 그렇게 못 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건소 인력을 2000명 늘려 확진자 추적·격리를 강화하고, 중환자 병실 15%를 확보하며, 60세 이상 미접종자 100만여명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3000명 확진에도 불구하고) 위드 코로나로 단계적으로 이행하되 단계별 수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서둘러 위드 코로나 로드맵을 제시해야 국민이 거기에 맞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차상위계층· 노숙인·외국인노동자 등의 사각지대 미접종자들이 백신 맞으러 오길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며 "현장 의료진이 60세 이상 미접종자를 설득할 수 있는 지침이나 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로 간 나라를 보면 확진자 증가는 피할 수 없다. 영국은 7월 19일 방역 해제 후 하루 평균 확진자가 6월 1만469명에서 9월(1~24일) 3만3998명으로 증가했다. 이스라엘도 77명(6월)에서 9월 7927명으로 늘었다. 미국·싱가포르·프랑스·독일도 비슷하다. 아일랜드·핀란드·덴마크는 해제한 지 채 한 달이 안 돼 평가하기 이르다. 덴마크만 보면 8월 939명에서 9월 456명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대부분이 위드 코로나를 유지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확진자 증가만큼 사망자가 늘지 않거나 늘어도 통제 가능하다고 본다. 영국은 사망자가 6월 하루 12명(치명률 0.11%)에서 9월 145명(0.43%)으로 늘었다. 미국은 5월 치명률이 1.98%에서 9월 1.3%로, 이스라엘은 6월 0.74%에서 9월 0.3%로, 싱가포르는 0.57%(6월)에서 0.11%로 떨어졌다.
한국의 접종 완료율은 45.2%이다. 방역 해제 시점의 접종 완료율을 보면 영국 53%, 싱가포르 47%, 이스라엘 59%, 덴마크 73%, 핀란드 80%이다. 다만 미국(39%)은 우리보다 낮다. 접종률은 낮지만,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다. 거의 100%에 가까운 마스크 착용률에다 거부감이 별로 없다. 내키지는 않아도 순순히 큐알 코드를 찍는다. 백신 거부자도 적은 편이다.
방역 완화의 전제조건이 있다. 김탁 순천향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가는 데에 동의하지만 그럴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완화 추세로 가면 하루 1만명, 2만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의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는데, 준비 없이 가면 위험 부담이 커지는 점에 대해 국민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위중증으로 악화하는 비율을 면밀히 살펴서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 지금(2%)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치명률도 떨어지면 방역 단계를 낮춰도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치료 못 받고 숨지는 다른 질환 환자의 초과 사망률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10월 말에 하루 확진자가 3000명이나 그 이상 발생해도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며 "다만 미접종 고위험군에게 최대한 접종 기회를 제공하고, 몇 년을 버틸 수 있는 중환자 치료 병상과 의료인력을 갖추며, 경증환자의 접촉자 추적 체계를 최대한 단순화·자동화하고, 경증환자는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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