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살고 나오면 그만"…간 큰 횡령범 끊이지 않는 이유
“횡령한 돈으로 투자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횡령 사건의 피의자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진술이다. 지난 16일 코스피 상장기업 계양전기의 공금 24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재무 담당 직원 김모씨는 회사 측에 “빼돌린 돈은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도박에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47)씨, 115억원을 빼돌린 강동구청 직원 김모(45)씨는 투자 손실금을 메꾸는 데 횡령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전동공구 등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자사 재무팀에서 근무하던 김씨를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추정 금액은 245억원으로 자기자본 1926억원의 12.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이날 계양전기의 주식 매매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김씨가 구매 장부를 조작해 은행 잔고 증명서에 맞춰 재무제표를 꾸미는 방식으로 2016년부터 돈을 빼돌렸다”고 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과 강동구청 공무원은 증거금을 내고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미수 거래를 했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거액의 횡령과 투자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난해 불었던 투자 광풍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말까지 주식 시장이 호황이었고 저축 금리가 워낙 낮았다 보니 투자를 이유로 횡령을 저지를 만한 유인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이달 4일 기준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약 5930만개로 2020년 3월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부 직장인들은 ‘월급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진 것이 횡령 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봤다. 4년 차 직장인 배모(32)씨는 “월급은 최저생계 유지 수단일 뿐 재산을 늘리려면 투자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있다. 주변에선 ‘횡령한 돈 불려서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농담도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횡령 범죄는 매년 2만 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횡령 범죄는 연평균 약 1만8100건이었다. 같은 기간 검거율은 88.7%에서 83.2%로 감소하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수법이 어느 정도 정립된 강력범죄와 달리 돈을 노린 범죄는 점점 교묘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횡령 같은 범죄는 기록이 반드시 남기 때문에 검거에 시간이 걸릴 순 있어도 잡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투기 성향이 강해진 사회 분위기에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횡령범의 특성도 맞물려 범죄액수는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횡령범은 ‘회삿돈을 잠깐만 빌려 쓰고 다시 메꿀 거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자기 범죄를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범죄학에선 이처럼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실을 찾는 과정을 ‘언어화’(verbalization)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회삿돈을 빼돌리는 것이 아니라 잠깐 빌리는 것뿐이라고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횡령과 투자 모두 개인의 간단한 디지털 작업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범행이 더 대담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횡령이 발생하면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재무관리 책임이 있는 기업에게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오는 3월 21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나 개선 기간 부여가 결정될 전망이다.
서지용 교수는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내부 감사 시스템에 허점이 많다. 한국거래소가 횡령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며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해서 횡령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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