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의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이 5000만달러(약 620억원) 규모의 생산 시설을 국내에 설립키로 했다. 글로벌 백신 원·부자재 기업이 한국에 직접 투자를 선언한 첫 사례로, 정부는 원·부자재부터 백신의 개발·생산까지 국내에서 이뤄질 경우 안정적인 백신 공급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내년 도입 예정인 화이자 백신을 당초 계약 분인 3000만 회분보다 많은 양으로 조기에 국내 공급하는 방안을 제약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21일(현지시각) 개최된 ‘한·미 백신 협력 협약 체결식’에서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인 ‘싸이티바(Cytiva)’가 한국 내 고부가 세포배양백 등 생산 시설 설립 투자를 내용으로 하는 투자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협약 체결식은 지난 5월 출범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로 문재인 대통령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여한구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양국의 백신 관련 기업 및 연구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싸이티바 사의 국내 투자 유치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글로벌 원부자재 기업이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신고한 첫 사례다. 투자 규모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5250만 달러(약 621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생산키로 한 1회용 세포배양백은 생산 시설이 완공되는 2024년부터 국내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싸이티바 측은 한국이 넓은 생산 시장을 갖췄다고 보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임마누엘 리그너 싸이티바 회장은 “한국의 환자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환자들을 위해 이 생산설비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약 체결식에는 한·미 백신 관련 기업과 연구 기관 17곳의 대표들이 참석해 기업간 양해각서와 연구기관 간 양해각서를 각각 4건씩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원부자재 공급부터 백신 개발 생산에 이르는 폭넓은 협력으로 양국의 백신 생산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백신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앨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과 만나 내년 도입 예정인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3000만회분에 더해 내년 백신 추가 도입 계약과 조기 공급을 요청했다. 접견 자리에 배석한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내년도 물량과 관련해 이미 계약을 체결한 3000만 회분에 이어 추가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화이자 사와 내년 백신 공급 물량 3000만 회분을 계약하면서 3000만 회분을 추가로 도입하는 옵션 계약을 맺은 바 있는데, 논의 중인 추가 물량은 이와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영국 정부와 백신 상호 공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조건에 따라 한국은 영국 정부로부터 화이자 백신 100만 회분을 우선 공급받고 12월 중 분할해 반환하게 된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00만 회분은) 미접종자 신규 1차 접종, 18~49세 2차 접종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방역물자를 나누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 왔다”며 “한국은 100만 회분 이상의 코로나 백신을 10월 중에 베트남에 지원코자 한다”고 밝혔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베트남 공여 백신은 여유가 있는 물량을 활용해 국내 백신접종 계획에는 전혀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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