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 양성인데 일반인과 투표"… 확진자 본투표도 혼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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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단 양성인데 일반인과 투표"… 확진자 본투표도 혼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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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분리로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 
보건소 확진 통보 문자 늦어 입장 실랑이 
"확진자 투표시간 다 돼 투표 제한" 해프닝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사무원들이 확진·격리 유권자 투표를 위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의 20대 대선 본투표는 혼란스러웠던 나흘 전 사전투표와는 달리 순조롭게 치러졌다.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투표 시간을 분리하고, 확진자도 직접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도록 했고, 사전투표 때보다 투표소 수도 늘어난 덕분이었다. 다만 선거당국과 방역당국이 제각기 투표 관리에 관여하다 보니 일부 투표소는 혼선을 피하지 못했다.

확진·격리자 본투표는 9일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각 투표소 선거사무원과 참관인들은 오후 6시 일반 유권자 투표가 완료된 후 방호복을 갖춰 입었다. 확진자들은 투표소 출입구에서 유전자증폭(PCR)검사 양성 통보서와 보건소의 외출 허용 문자메시지를 신분증과 함께 제시한 뒤 입장했다.

서울 시내 투표소 대부분은 확진자 투표가 대기시간 5~10분 이내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강서구 등촌1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김하정(39)씨는 "사전투표 땐 사람이 너무 많아 되돌아갔다"며 "오늘 투표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악구 대학동 제1투표소를 찾은 이모(25)씨도 "투표 마감 10분 전인 오후 7시 20분에 도착했는데 5분 만에 투표를 끝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강남구 삼성1동 투표소에서 투표한 안모(42)씨는 "투표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투표 시작 전까지 차도 쪽에 큼직한 글씨로 '확진자'라고 붙여놓고 줄을 세워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확진 통보 문자 못 받아 실랑이도



혼란도 있었다. 일부 유권자는 보건소의 확진 통보 문자를 제때 받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오후 6시 10분 강남구 현대고 투표소를 찾은 50대 여성은 보건소 발송 문자가 없어 입장이 제지되자 "보건소에서 오늘 오전 11시에 확진 통보를 하면서 바로 문자를 보내준다고 했는데 안 왔다"며 항의했다. 그는 보건소에 전화해 투표사무원을 바꿔주고 뒤늦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에야 투표할 수 있었다.

이날 확진 투표자는 오후 5시 50분부터 외출할 수 있었지만, 일부 지역에선 외출 시간을 잘못 알려 혼선을 빚었다. 경기 광주시는 전날 저녁 확진자 투표 대상자에게 '선거권 행사를 위해 오후 5시부터 한시적 외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보냈다가 40분 뒤에 시간을 정정해 다시 보냈다. 충북 청주시, 전남 구례군·해남군에서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일부 지자체에서 변경 전 문안을 활용해 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투표 전환이 매끄럽지 못한 일도 있었다. 오후 5시 40분쯤 일산 동구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차려진 투표소를 찾은 비확진자 차모(42)씨는 투표사무원으로부터 "확진자 투표를 위해 지금부터 일반인은 선착순 50명만 투표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차씨를 포함한 주민들이 항의하면서 결국 오후 6시 10분쯤까지 일반인 투표가 진행됐다. 차씨는 "투표 관리에 체계가 없어 보였다"며 "좁은 장소에 투표소가 마련된 터라 확진자들과 같은 공간에 오래 머물러야 했다"고 말했다.

"자가진단 양성은 일반 투표할 수밖에"



자가진단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PCR검사를 받지 못한 '감염의심자'는 확진자 투표 대상이 아니었던 점도 방역상 우려를 자아냈다.

실제 직장인 정모(33)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신속항원검사(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으로 진단돼 1시간 뒤 PCR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 결과가 다음 날 나올 예정이라 비확진자들과 섞여 투표했다. 정씨는 "사실 목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자가진단으로는 확진자 인정을 받지 못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투표한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친구가 자가진단 양성이 나왔는데 일반 투표시간에 투표하러 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걸러낼 대비책은 마땅치 않았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투표소에서 확진자 투표를 한 40대 이모씨는 "투표소에서 (보건소) 문자를 받았는지만 확인했을 뿐이라 확진자가 일반인 투표에 참여했더라도 막을 수단이 없었을 것"이라며 "확진자 양심에만 내맡긴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투표소 관계자는 "(방역당국으로부터) 동 전체에 확진자가 몇 명 있다는 수준으로만 통보받았지, 이 가운데 몇 명이 우리 투표소에 올지는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강서구 소재 투표소 관계자도 "투표 대상자 중 확진자 인원수는 알았지만 사전투표 여부를 몰라서 본투표에 몇 명이나 올지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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