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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꾼 송이밭 잿더미로…할아버지 묘에서 펑펑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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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산물로 생계 잇던 주민 날벼락
30년을 회복해야 버섯 채취 가능
먹고살게 해준 산인데…긴 한숨

동해안 산불 닷새째인 8일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서 농민 엄정섭씨가 불타버린 송이 자생지를 살펴보고 있다. 울진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자식들을 반듯하게 키우고 먹고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산이었는데….”

동해안 산불 화마가 덮친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서 8일 만난 엄정섭씨(62)는 검게 변한 자신의 산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초록빛을 띠어야 할 산은 검게 물들었다. 지난 4일 시작된 산불이 번지면서 엄씨의 산과 송이밭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다.

엄씨를 따라 한 걸음씩 발을 옮길 때마다 뿌옇게 재가 날렸다. 연기까지 자욱해 제대로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산을 오른 지 20여분이 지나자 완만한 각도의 비탈면을 따라 소나무 수백그루가 심겨 있었다. 이곳 역시 산불을 피하지 못해 성한 나무는 하나도 없었다.

엄씨가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검게 물든 땅을 파내자 누런색 흙 속에서 지름이 3~4㎝가량인 하얀 빛깔의 포자가 나왔다. 송이포자였다. 그는 “지금부터 석 달쯤 뒤면 송이포자가 밀가루처럼 뽀얗게 변하지만 소나무가 다 타버렸기 때문에 버섯으로 자라지 못한다”고 말했다.

엄씨는 해마다 송이버섯이 잘 자라도록 나무 일부를 베어내는 등 버섯밭을 공들여 가꿨다. 매년 9월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약 25일간 송이버섯 400~500㎏을 따 울진군산림조합에 판매하고, 5000~6000만원씩 수익을 올렸다. 그는 40년 넘게 송이버섯을 내다판 돈으로 세 자녀를 키웠고, 아내와 함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엄씨는 “송이는 한번 불에 타면 포자 생성이 어려워 앞으로 30년 동안은 버섯 채취를 못하게 된다”면서 “착잡한 마음에 (산에 있는) 할아버지 묘를 찾아서 엉엉 울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울진 산불은 이처럼 임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울진 주민의 20%가량인 1만여명이 송이 채취로 삶을 이어간다.

이번 산불로 송이밭을 잃은 또 다른 주민 엄기현씨(72·울진군 북면 검성리)는 “잡목과 풀을 베면서 수십년간 송이가 잘 자라도록 산을 가꿔왔는데, 한순간에 다 타버려 허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울진군은 최소 30년 이상 회복기를 거쳐야 다시 송이를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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