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자신의 집안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남편과 상간녀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위자료 청구소송 증거로 제출한 40대 여성에게 형의 선고가 유예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는 최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내 A씨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기간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A씨는 2019년 6월 자신의 집에서 남편 B씨의 외도를 의심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몰래 집안에 녹음기를 설치해 B씨와 상간녀 C씨가 집안에서 나눈 대화를 두 차례에 걸쳐 녹음했다. 이후 A씨는 C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두 사람의 외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대화 녹음파일을 제출했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고 공개한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돼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사건 범행 장소가 A씨의 주거지로 C씨가 A씨의 주거지에 침입해 B씨의 부정행위에 가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들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주거에 녹음기를 설치한 것으로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A씨의 건강권이나 혼인 유지, 주거의 평온 등에 대한 보호이익이 녹음으로 침해된 C씨의 사생활 비밀의 자유보다 크기 때문에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배우자의 부정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고, 녹음기를 설치한 행위는 주거 평온을 예방하기보다 증거 확보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A씨의 행위가 위법이며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B씨가 부정행위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고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C씨가 A씨의 주거에 침입해 B씨와 대화한 사실 자체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들어 A씨에 대해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형의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