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리두기도 조기완화 검토…'8명·11시' 등 옵션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기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3주간 '6인·10시'를 골자로 하는 거리두기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확진자 증가에도 치명률은 급감한 반면 자영업자 등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 조정에 나선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주 대비 확진자 증가율이 둔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증가율 둔화가 보편적인 상황인지, 이례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밝혔다. 정점 도달 이후 양상과 관련해서도 "명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줄지, 완만하게 감소할지는 정점과 그 이후 유행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반장은 특히 거리두기와 관련,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을 고려할 때 유행 확산 차단을 위한 거리두기 강화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확진자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중증·사망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에 주력하면서 실질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2~3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기 조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손 반장은 "오늘과 내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및 산하 방역의료분과위원회를 열고 현재 방역상황에 대한 평가와 거리두기 조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방역의료분과 전문가를 비롯해 관계 부처와 지자체, 자영업, 소상공인 등 여러 의견을 두루 듣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거리두기 조정안을 결정할 때마다 일상회복지원위 논의를 거쳐 금요일 오전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종 확정, 발표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2~3일 의견 수렴을 거쳐 4일 중대본 회의에서 확정,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 현재의 방역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오미크론 대응 목표의 관점에서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모아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거리두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행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13일 전에라도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나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거리두기까지 조기에 완화된다면 전날부터 이뤄진 방역패스 잠정 중단 조치 등과 함께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 온 방역정책의 큰 틀을 사실상 대부분 해제하는 셈이 된다.
정부는 최근 들어 중증화율이 높지 않은 오미크론의 특성, 대응여력 과부하 등을 이유로 계절독감, 엔데믹, 코로나19 출구 등을 공식적으로 계속 언급하고 방역패스제와 같은 조치도 예상보다 일찍 해제하는 등 방역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거리두기 조정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행 정점이 아직 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완화 시그널을 주면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계속된 경고에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데 대해 오는 9일 대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완화 여부를 놓고는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민생경제를 담당하는 부처 등에서는 거리두기의 즉각적인 폐지, 방역·의료 분야에서는 보수적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후 열린 일상회복지원위 방역분과 회의에서는 현행 '6명·10시'에서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을 각각 완화한 '8명·11시' 등 여러 옵션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행이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방역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떠한 거리두기 조정안이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에 기반한 일관성있는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부처에서는 거리두기를 더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중단 결정을 빠르게 반영하자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거리두기를 유지하거나 최소한도의 조정만 실시하되, 정부가 거리두기를 완화할 시점을 미리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다만,사적모임 인원 확대보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연장이 확진자 증가에 더 영향이 크다는 정부의 앞선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는 만큼, 정부는 현 방역상황을 고려해 거리두기 수위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31일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상황에서 사적모임 인원은 유지하고, 다중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늦추면 확진자 규모가 97% 증가한다는 예측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전날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전면 해제에 따라 요양병원·요양시설 등 취약시설에 대한 보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별도의 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요양병원·요양시설이나 노인복지관 등은 감염에 취약하고, 치명률이 높은 고령층 중심의 시설로 별도의 보호·관리체계를 가동 중"이라며 "이런 시설들은 원래 접종력과 상관없이 면회가 금지되거나, 비대면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방역패스 중단에도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위험과 위중증·치명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본 접종 완료자와 미접종자에 대한 3차 접종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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