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감독 오드리 디완 ‘레벤망’ 베니스 황금사자상
프랑스 감독 오드리 디완의 ‘레벤망(L’Événement)’이 11일(현지 시간)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감독 영화가 최고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 봉준호 감독은 ‘레벤망’의 영어 제목 ‘해프닝(Happening)’을 외치며 “We jury members really love this film(심사위원들이 정말 이 영화를 사랑한다)”고 만장일치 결정임을 밝혔다.
이날 봉 감독은 수상자를 영어로 호명했다. 아역배우상 때부터 “So Cute(귀엽다)” “브라보” 등 추임새를 넣으며 긴장을 풀었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 수상자 소렌티노 감독에겐 “Congratulazioni”라고 이탈리아말로 축하를 건넸다.
‘레벤망’은 1963년 원치 않은 임신을 한 프랑스 대학생이 낙태를 결심하는 과정을 그렸다. 각본을 쓴 디완 감독은 황금사자상을 치켜들며 “나는 분노와 갈망, 내 배, 내 배짱, 내 마음과 머리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밝혔다. 칸·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오래된 베니스에서 최고상을 받은 여성 감독은 이로써 ‘독일 자매’(1981)의 마가레테 폰 트로타, ‘썸웨어’(2010)의 소피아 코폴라 등 6명이 됐다.
올해 21편이 겨룬 공식 경쟁 부문은 여성 감독과 주인공이 강세였다. 황금사자상에 이어 감독상·각본상도 여성이 차지했다.
뉴질랜드 거장 제인 캠피온 감독은 데이비드 컴버배치 주연의 ‘더 파워 오브 더 독’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내 책상 위의 천사’(1990)로 은사자상-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지 31년 만의 본상 수상이다. 캠피온은 심사위원들을 향해 “봉(준호), 클로이(자오) 당신들은 내가 영화의 기준을 매우, 매우 높이도록 만들었다”고 인사했다.
할리우드 배우 매기 질렌할은 첫 장편 연출작 ‘더 로스트 도터’로 각본상을 안았다.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동명 소설이 토대로, 영국 배우 올리비아 콜맨이 주연을 맡았다. 볼피컵-여우주연상은 스페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받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패러렐 마더스’에서 나이 어린 임산부와 우정을 쌓는 중년의 임산부를 연기했다.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더 핸드 오브 갓’은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축구 스타 마라도나의 별명 ‘신의 손’에서 제목을 따 자신의 유년기를 그린 영화다. 필리핀 에릭 마티 감독의 정치 실화 바탕 영화 ‘온 더 잡: 미싱 8’은 볼피컵-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공식 경쟁 심사위원은 7명 중 4명이 여성. 폐막식 후 간담회에서 성별 구성이 수상 결과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우리는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과 현시대·동시대의 주제를 말하고 있는가에 집중했다”면서 “수상자를 보면 많은 피메일(female·여성) 필름 메이커들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건 기쁜 일”이라고 한국말로 답했다. 9일간 21편의 영화를 심사한 과정에 대해선 “힘들면서도 즐거운 날들이었다”고 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대면 개최된 영화제엔 리들리 스콧 감독, 배우 티모시 샬라메, 맷 데이먼, 제니퍼 로페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했다.
한국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이 공식 경쟁 부문,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3부작 두 번째 작품 ‘소요산’이 VR 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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