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술? 이제 달콤한 술… ‘알코올 + 설탕 폭탄’의 위험성
달달해진 술
맛있는 술에는 중독성이 높은 알코올과 당류가 모두 함유돼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캬 이 맛으로 술 마시지”
여기서 ‘이 맛’은 이제 더 이상 쓴맛이 아니다. 단맛이다.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굳이 쓰고 맛없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 달콤하고 맛있는 술이 매대를 점령했다. 도수도 낮아져, 주량이 적은 사람까지 쉽게 술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인생은 조금 더 재밌어졌을지 모르나, 비만, 당뇨 등 여러 질환에 걸릴 위험은 커졌다. 달콤한 술엔 당류가 많이 들어가 있는 데다, 당류를 알코올과 함께 섭취하면 체내 축적이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2015년 유자 맛 소주가 나오자 맛을 보겠다는 주문이 여기저기서 쇄도했다. 곧 블루베리 맛, 자몽 맛, 청포도 맛 등등 후발주자들이 나타났다. 이제 맛있는 소주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맛을 첨가한 소주가 잘 팔리자 이 유행은 주종을 넘기 시작했다. ‘이슬 톡톡’, ‘망고링고’ 같은 맛있는 맥주류부터, ‘인생 막걸리’, ‘톡 쏘는 고구마 동동’ 등 막걸리류까지도 영역이 확장됐다.
문제는 맛을 넣기 위해 인위적으로 당을 첨가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지난 2016년 시판하고 있는 술 22종을 분석한 결과, 맛있는 주류의 당 함량은 상당했다. 1병당 ‘자몽에 이슬’엔 32.4g, ‘KGB보드카 위드 레몬 향’에는 32.7g, ‘C1블루자몽’에는 26.3g의 당이 포함돼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WHO에서 권고하는 1일 당류 섭취량이 성인 기준 50g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다.
심지어 소비자는 맛있는 술을 살 때 얼마나 많은 당과 열량이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주류는 겉면에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게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의 건의로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류도 열량, 당류, 지방, 나트륨 등 영양성분을 표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라 업체가 굳이 지킬 필요가 없다. 직접 확인해본 결과 영양성분을 표기하고 있는 주류는 찾기 어려웠다. 원재료명만 명시돼 있었는데, 맛있는 주류엔 대부분 설탕, 맥아당·포도당 시럽 등이 첨가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알코올과 당류를 함께 섭취할 경우 내장지방이 쌓이는 속도가 높아진다./사진=조선일보DB
술 자체가 고열량 식품인데 여기에 설탕, 시럽 등과 같은 단당류가 첨가되면 열량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손정식 교수는 “알코올은 1g에 7kcal로, 탄수화물보다 함유한 열량이 높은데 여기에 당류까지 첨가된 술을 마신다면 자연스럽게 고열량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며 “원래도 술은 포만감이 적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하는데, 여기에 안주를 먹는 문화까지 겹쳐진다 생각하면 매우 고열량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열량을 섭취하면 비만해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한 역학 연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안주를 먹는 문화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맛있어서 더 많이 먹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평소 술을 마시는 걸 즐기는 30대 남성 A씨는 “맛있는 술을 마실 땐 알코올 맛도 덜 나고, 취기도 천천히 오르는 것 같아 더 많이 마시게 된다”며 “돌이켜보면 단 술을 마실 때 과음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도수가 낮아도 결국 많이 마시면 체내 쌓이는 알코올양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비만,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여러 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과 알코올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내장지방이 쌓이기 매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술에서 나오는 열량은 당보다도 상대적으로 먼저 소모된다”며 “이 말은 사용되지 못한 당이 내장에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한 탄수화물은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고, 내장지방으로 축적된다. 문제는 알코올 자체도 내장지방 축적을 가속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팀이 알코올 섭취량과 내장지방·피하지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술을 많이 마실수록 피하지방은 오히려 감소했는데 내장지방량은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장지방은 머물러 있지 않고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며 혈관, 간, 심장 등에 쌓이고, 염증 물질도 잘 분비하게 해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는 “알코올과 당을 함께 섭취하면 에너지 측면뿐 아니라 신체 메커니즘을 고려해도 당이 축적되기 쉽다”며 “이론적으로 봤을 때 알코올 대사가 당 대사와 관련된 효소가 나오는 것을 억제해 당 대사 자체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과 알코올을 함께 섭취하면 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희선 교수는 “맛있는 술을 마셔 단순 당과 알코올을 함께 섭취하면 장 내벽 세포 결합이 망가져 독소가 들어올 수 있는 장누수증후군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며 “단순 당도, 알코올도 장 점막 투과성을 높이고, 장내 유해균의 먹이가 되기 좋은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맛있는 술은 비교적 도수가 낮아 주량이 약한 사람도 술을 찾게 한다는 데서 더 위험하다. 알코올은 간에 도달하면 ADH라는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숙취의 주범이자, 몸에 독소로 작용하는 물질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ALDH라는 효소에 의해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강보승 교수는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술 냄새가 오래가는 사람은 몸에 ALDH 효소 자체가 부족한 건데, 이런 사람은 소량이라도 알코올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며 “아세트알데하이드는 1급 발암 물질로 체내 남아있으면 숙취 뿐 아니라, 세포와 DNA를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소(NIAAA)의 연구에서는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식도암 발병률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들보다 6~10배 정도, 대장암 발병률이 6배 정도 높았다.
술과 당의 가장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면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재헌 교수는 “연구를 통해 맛있는 술을 마시면 중독성이 높아진다는 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갈망이 심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더 자주 많이 마시게 되면 비만은 물론, 각종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정식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생각보다 더 쉽게 걸릴 수 있다”며 “중독이 의심된다면 과감하게 중독 전문의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며, 중독 전이라면 아예 술자리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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