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씨(
30)가 초등학생 시절 성폭력 가해 코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마지막 범죄 시점이 아닌 범죄로 인한 후유증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9일 김 씨가 성폭력 가해자인 A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 씨에게 1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씨는 초등학생 때인
2001년 4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당시 테니스 코치였던 A 씨로부터 네 차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성인이 된 김 씨는
2016년 한 테니스 대회에서 A 씨를 마주친 뒤 두통과 수면장애 등의 증세에 시달리다 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2018년 6월 성폭력 범죄로 인해
PTSD 진단을 받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A 씨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마지막 성폭력이 일어난
2002년 8월로부터
10년이 지나 김 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는 그로 인한 손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단기소멸시효) 또는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장기소멸시효) 안에만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김 씨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김 씨가 처음
PTSD 진단을 받은
2016년 6월부터 계산돼야 한다는 2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장기소멸시효의 기준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해 현실화된 때를 의미한다”며 “김 씨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PTSD 진단을 받은 때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으므로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성 기자
kts5710@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