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을 사람이 없다"…역대급 저질 대선, 국민만 괴롭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DMC에서 열린 채널A 주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후보. 2021.8.17/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암담하다. 정치권이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지만 여야는 집안싸움에만 골몰한다. 비전과 시대정신 언급은 사라졌고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소모적 논쟁만이 남았다.
각각 여야 대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연일 구설에 휘말리며 대통령 자질에 의심을 샀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경쟁력과 능력을 갖춘 마땅한 후보도 보이지 않는다. 내년 대선에서 도저히 뽑을 사람이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소모적 명낙대전, '황교익 사태'로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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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달 넘게 '명낙대전'이라는 소모적 논쟁을 벌였다. '김부선 스캔들'부터 시작해 '형수 욕설', '노무현 적통 논쟁', '경선 불복', '백제 발언', '도지사 찬스' 등 온갖 네거티브가 오갔다. 잠시 휴전했던 명낙대전은 지난 12일 이 지사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하면서 재발한다.
'황교익 사태'는 일주일 내내 집권여당을 폭격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황씨에게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하자, 황씨는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반발했다. "이낙연 측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 "이낙연 꼴사납다", "미개한 대한민국" 등의 막말까지 쏟아졌다.
결국 이 전 대표측이 사과하고 황씨가 사장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가 했지만 이 지사가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한창이던 때 황씨와 유튜브 콘텐츠용 '떡볶이 먹방'을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 지사는 이외에도 음주운전, 검사 사칭 등 전과가 있기도 하다. '형수 욕설', '김부선 스캔들'과 같은 리스크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이낙연 전 대표가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지사에 대한 네거티브에 집중하면서 정책 비전을 보여주는데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황교익씨에게 '막말'의 빌미를 주며 '이낙연 대 황교익'의 구도를 만들었던 것도 마이너스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재판과 관련해서는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며 중도층을 실망하게 했다.
후보와 싸우는 당대표, 준비 안 된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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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8.2/뉴스1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대선주자들과 싸우는 정치권 초유의 모습을 연출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기습 입당' 논란 이후 당 일정 보이콧, 이 대표를 염두에 둔 듯한 '탄핵' 발언, 대선후보 토론회 참여 여부 등으로 이 대표와 대립했고 급기야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 통화 내용을 녹취해 공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양측 갈등이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은 곧 정리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이 대표는 곧바로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곧 정리된다"의 대상이 '윤석열'이 아닌 '당내 갈등'이었다고 반발했다. 두 사람이 한 발씩 물러서며 사태는 수습 국면에 들었지만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이란 비판을 받으며 지지율이 내려갔다.
대선주자들의 지지율도 추락세다. 윤 전 총장은 처가 논란에 이어 '대구 민란',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은 없다', '부정식품 선택할 자유' 등의 발언으로 '1일 1구설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윤 전 총장 대체재로 거론됐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기자의 정책 질문에 대답을 못 하면서 '준비가 안 됐다'는 혹평을 받았다.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지지율이 정체 상태고 원희룡 전 지사는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주목은 끌었지만 "저런 식으로 폭로하는 게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는 비판을 들었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 보여주는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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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후보들이 네거티브와 구설수로 연일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가운데 이번 대선은 역대급으로 뽑을 사람이 안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당시 시대정신과 비전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대 대선에서는 그러한 무게감을 가진 후보가 실종됐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번 대선에 찍을 사람이 없다'는 푸념"이라며 "거의 모든 후보들에게 도덕적 흠결이 있고, 또 '말실수'도 연일 거론된다. 국가를 이끌어갈 '비전'을 말하고 논하는 경우도 전무하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공세는 어느 선거에나 있었지만 이번 대선이 유독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언제는 치열하지 않은 대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해진 거 같다"며 "우리 정치의 후진성과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기본적으로는 모든 후보 캠프의 잘못이다"고 설명했다.
야권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등 여러모로 질서가 변동하는 전환적 시대에 여야를 떠나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얘기해야 한다"며 "네거티브보다 희망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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