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하던 5층 건물 ‘와르르’…지나가던 차량 덮쳐 1명 사망

소방대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부근 철거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깔린 차량 탑승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이 무너지며 도로를 덮쳐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인근 철거 건물 일부가 무너지며 도로를 덮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숨진 여성은 콘크리트 잔해물에 깔린 차량에서 수액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부상당한 3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붕괴 때 도로에 있던 차량 4대가 건물 외벽에 깔렸다. 주민들은 건물이 이전부터 붕괴 전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23분쯤 신사역 인근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상가 건물 가림막과 철골조 일부가 무너져 약 30t의 잔해물이 도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철거 현장 옆 왕복 4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4대 중 1대의 조수석에 탄 여성 이모씨(29)가 숨지고, 운전석에 탄 남성 황모씨(31)는 오른쪽 다리에 중상을 입었다. 소방대원은 굴착기 4대를 동원해 이날 오후 5시59분쯤 먼저 남성을 구조했다. 의식을 잃어 차량에서 수액 치료를 받던 여성은 6시34분쯤 구조됐다. 의료진은 1분 뒤인 6시35분쯤 사망 판정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차량을 덮친 콘크리트 잔해물의 크기는 가로·세로 약 10m에 무게가 30t에 달한다”며 “깔린 잔해물 부분을 쪼개 굴삭기로 들어올려 구조했다”고 말했다.

다른 차량에 있던 60대 여성 2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차량 2대에 타고 있던 이들은 스스로 대피했다. 붕괴 당시 건물 인근에 있던 현장 노동자 4명도 대피했다. 

경찰이 사고 당시 건물 부근 폐쇄회로(CC)TV에 보행자가 촬영된 것을 확인해 소방당국이 수색했지만 이날 오후 10시 현재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을 지하 1층 천장 철거 작업 중 건물 상부 잔해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가림막이 버티지 못해 도로 쪽으로 무너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폭격 맞은 듯 4일 오후 2시23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 외벽이 붕괴해 지지대와 인근 전신주 등이 차도를 덮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주민들은 이 건물이 붕괴 전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인근 아파트 관리인은 “이전에도 철거 과정에서 아파트 담벼락 쪽으로 부스러기가 수차례 떨어졌다”며 “처음 꼭대기 부분을 철거할 때 그랬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인근을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 김모씨(34)는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아주머니가 ‘전날 저녁부터 건물이 배불뚝이처럼 부풀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해 경찰에 (이 아주머니를) 소개해 줬다”고도 했다. 김씨는 “백미러에 뭔가 훅 올라오는 것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시멘트 가루였다”며 “매몰된 차량에서 여성이 ‘살려달라’고 소리쳐 시민 서너명이 도와주러 갔지만 넘어진 전신주에서 불똥이 튀어 물러났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부터 붕괴 전조가 있었다는 진술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인근 주민 등 관계자 인적사항을 확보했다. 곧 철거 공사업체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초구에 따르면, 이 건물은 철거 전 안전 심의(1차)가 한 차례 부결됐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건물주가 2차 철거 신청 때는 보완해 와서 통과시켰다”며 “지시대로 적절한 철거 방법을 지켜 철거했는지 경찰 조사를 봐가며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정확한 붕괴 원인과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소방대원 98명과 소방·구급차량 26대를 급파했다. 서울 서초경찰서 경찰관 120명과 지원차량 8대도 출동했다. 

붕괴 건물은 1996년 10월 준공됐다. 지난달 29일 철거가 시작됐다. 오는 10일까지 철거작업을 마치려 했다고 한다. 철거작업이 끝나면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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