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에게 "대통령께 인사 더 하라"...배구협회 '답정너' 인터뷰로 뭇매
유애자 감독관이 진행한 귀국 기자회견 비판받아
"포상금 6억 원 알고 있나...감사 한 말씀 하라"
억지로 답을 끌어내는 모습에 누리꾼들 질타
"인터뷰 진행 등 양궁협회와 너무 비교돼"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에서 여자 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이 귀국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9일 귀국한 도쿄올림픽 한국 여자 배구팀의 주장 김연경을 배구협회가 불러 진행한 기자회견 도중 배구협회 측 유애자 경기감독관(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의 진행에 대해 배구 팬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강 진출 포상금이 얼마인지를 여러 차례 확인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라면서 정해진 답을 강요하는 듯한 진행이 뭇매를 맞은 것이다.
10일 한국배구협회 홈페이지에는 전날 진행된 김연경의 귀국 인터뷰를 향한 비판과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인터뷰는 9일 올림픽선수단 귀국 현장에서 진행됐는데, 언론을 상대로 한 질의응답과 별도로 있었던 배구협회 측 진행자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날 유 감독관은 김연경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돼 있다. 얼마인지 아느냐"고 액수를 물었다. 김연경이 "6억 아니냐"고 답하자, 유 감독관은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님께서 각 2억씩 6억을 주셨다"고 자세히 공개하며 "감사 한 말씀 부탁한다"고 말했다. 유 감독관은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여자 배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또 김연경이 기자와의 질의 응답을 마치고 난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여자 선수들에 대해 격려를 해주셨다. 답변 주셨나"라며 김연경이 감사 인사를 마치고 난 뒤에도 갑자기 "기회가 왔다"며 감사 인사를 다시 요구했다.
이처럼 어색하면서도 답변을 강요하는 듯한 진행을 두고 팬들은 "마치 후배를 하대하고 개인 친분을 과시하는 듯해 불편했다" "피곤한 선수 잡아 놓고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기자회견"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포상금 생색내려다 2014년 '김치찌개' 회식까지 소환
31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8강전에서 김우진 선수가 탈락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오자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격려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기자단
누리꾼들은 특히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한 내용까지 공개한 대한양궁협회와 비교하며 배구협회의 무성의한 행사 진행을 성토했다.
7월 대한양궁협회는 유튜브 계정을 통해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스피치 강의를 받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팬들은 이를 두고 "선수들이 인터뷰를 잘하는 이유가 있었다"며 "협회의 세심하고 빈틈 없는 배려"라고 박수를 보냈다.
기자회견에서 진행자였던 유 감독관이 억지로 끌어냈던 여자 배구 대표팀을 위한 포상금 규모도 양궁 대표팀과 비교되는 신세가 됐다.
여자 배구 대표팀의 포상금은 팀 전체가 6억 원이지만, 양궁 대표팀은 개인전 금메달 3억 원, 단체전 금메달 2억 원을 받는다. 개인전과 단체, 복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산은 7억 원, 2관왕 김제덕은 4억 원, 그 밖에 단체전 금메달을 딴 4명의 선수는 각각 2억 원씩이다.
네티즌들은 양궁 대표팀의 포상금 내역을 소개하며 "배구협회는 인당 6억도 아니면서 그리 생색을 내나" "'김치찌개 협회'가 보고 배워야 한다" 등 비판을 가했다. 배구협회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20년 만에 금메달을 얻은 여자 배구 선수들에게 김치찌개 회식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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