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지침서 7개조항 뭐길래…檢·김만배 첫 재판부터 격돌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이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의 독소조항이라고 언급되는 7개 조항에 대해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부터 적극 반박했다.
김씨 측은 이 조항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이 아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지시한 방침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모지침서는 김씨 등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핵심인물들의 배임 성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배임 혐의의 시작이 바로 김씨 등이 이 공모지침서를 화천대유 등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유리한 내용을 반영하도록 부당 개입했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조항들이 실제 화천대유 등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유리한 내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배임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반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개발사업에서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될 경우에는 배임 혐의의 기초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김씨 측이 첫 재판에서부터 이 조항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들은 어떤 내용이며 검찰은 왜 이 조항들을 독소조항이라고 한 것인지, 김씨는 어떤 이유로 독소조항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인지 검찰의 공소장과 김씨의 변론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근간이 되면서 이익배분의 기초가 되는 공모지침서 작성 단계에 공사 전략사업팀에 근무하던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공사의 이익을 줄이면서 민간사업자인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항들을 삽입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조항들이 건축사업 시행권과 사업이익을 화천대유가 독점하고, 화천대유가 소속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아닌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이 들어오지 못 하게 하고, 다른 컨소시엄들도 참여하지 못하거나 참여하더라도 시행사로 선정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2015년 초 정 회계사로부터 민간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모지침서에 들어가야 하는 필수조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를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달, 유 전 본부장은 정 변호사를 통해 공모지침서에 반영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이 끝나자 김씨 측 변호인은 40분에 걸쳐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른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이 짧게 입장을 밝힌 것에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검찰이 주장하는 독소조항 7개를 적극 반박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가 4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날 정 변호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는 검찰에 구속됐다. 2021.1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다음은 공모지침서상 문제가 되는 7개 조항에 대한 검찰과 김씨 측 주장이다.
1. 사업신청 가능자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간접투자기구 및 신탁은 포함되게 하면서 건설업자는 제외하도록 한 조항
검찰 =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들이 사업신청을 하지 못하게 한 것.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경쟁자를 제한하고, 컨소시엄 내에 공동주택 건축사업 시행권을 화천대유가 독점할 수 있도록 건설업자의 사업신청 자격을 배제한 것.
김만배 =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할 것을 성남시에 지시했다. 건설사 컨소시엄의 자금조달 어려움에 따른 사업 지연을 우려해서이다. 건설사를 배제한 것은 합리적이다.
2. 컨소시엄 대표사의 신용등급 관련 최고등급 평가기준을 AAA로 하는 심사기준
검찰 = 주요 시중은행 외 금융회사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조치.
김만배 = 성남의 뜰 컨소시엄에만 유리한 기준이 아니다. AAA가 성남의뜰 컨소시엄 대표사인 하나은행만 가능한 거라면 문제가 되지만 하나은행만 해당하지 않는다. 사업 규모에 비춰 AAA 기준은 합리적.
3. 대표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주간사 실적 관련 최고 등급 평가기준을 7000억원으로 하는 심사기준
검찰 = 증권사 등 다른 금융회사 컨소시엄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
김만배 = 성남의뜰에만 유리하지 않다. 공모에 참여한 다른 2곳의 컨서시엄도 각각 7700억원과 5200억원으로 제출했다.
4. 사업비 조달비용 관련 최고 등급 평가기준을 CD금리 수준인 2.5% 이하로 하는 내용의 심사기준
검찰 = 금리 마진이 거의 남지 않게 해 다른 은행권 컨소시엄들이 참여를 생각하지 못하도록 하게 만든 조항.
김만배 = 대출금리 낮춰 사업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발주자 입장에서 당연한 목표다. 실현 불가능한 금리도 아니다. 경쟁자였던 다른 컨소시엄은 연 2.45%를 제시했다.
5. 사업이익 분배와 관련해 1공단 공원조성비를 도시개발 사업비용으로 부담하고 A11 블록 임대주택 부지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공하는 것 외 공사가 추가 이익 제공이 없도록 한 평가내용
검찰 = 공사가 추가 이익을 제공받지 못하도록 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추가 수익을 공사가 아닌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가 다 가져가도록 조치한 것.
김만배 = 공사가 우선이익 배당에 추가이익까지 배당받는다면 민간사업자가 사업에 안 들어올 것. 만약 추가이익 배당 조항을 둔다면 확정적 이익배분 조항을 지금보다 훨씬 낮추는 이익 재조정이 이뤄여 하는 상황.
6. 개발사업을 통해 조성한 택지를 민간사업자가 직접 사용하여 공동주택 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
검찰 = 화천대유가 직접 공동주택 건축사업을 시행·분양하도록 해 수익을 다 가져도록 한 근거 조항을 포함한 것.
김만배 = 시행령에 관련 조항이 있고 다른 사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조항이 있어야만 금융비용이 낮아지는 것이고 실제 효과도 있다.
7. 자산관리·운용 및 처분에 관한 업무를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해 위탁하도록 한 조항
검찰 = 컨소시엄 내에서 유일하게 공동주택 건축사업 시행이 가능한 화천대유가 시행사에 대한 출자자로서 공동주택 건축을 통한 사업이익을 독점할 수 있도록한 조치.
김만배 = 법인세법 시행령 내용을 그대로 옮긴 거다. 화천대유만 자산관리회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씨 측은 전반적으로 성남시가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였지만, 과거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초과수익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주장은 전형적인 사후확증편향"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개발이익이 커지자 동업자들 간 정산비율에 이견이 생기면서 과장적 언사로 사실관계가 과장됐다고 설명했다.
정 회계사 외 다른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틀 뒤인 17일 두 번째 공판에서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본격적인 진검 승부는 이날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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