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가족들이 자신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부친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2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
44)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광주의 자택에서 흉기로 자신의 아버지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A씨는 이미 사망한 아버지의 시신 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에 올렸고, 이를 본 형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20대 후반부터 편집성 정신분열증을 앓아 피해망상, 과대망상, 공격적 행동 등의 증상을 보였다. 가족들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9차례에 걸쳐 A씨를 국립나주정신병원 등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다. 이후 A씨는 ‘가족들이 멀쩡한 자신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직장생활을 못하는 등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아버지와 형 등 가족을 원망했다.
2017년 무렵부터 A씨는 아버지와 형을 수차례 폭행해, 아버지가 A씨의 방 출입문에 별도의 잠금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진술에 따르면 A씨는 청소년기만 해도 공부를 곧잘 해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진학한 대학교가 부모님이나 자신의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고 생각해 처지를 비관해왔다.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는 아버지가 A씨를 홀로 돌봤다. A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후
SNS에 “(아버지를) 왜 죽였느냐! 내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심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신을 다른 가족들이 모두 피할 때조차 가까이서 돌봐주고 경제적으로 지원했던 친아버지를 살해했다”면서도 “A씨의 주된 잘못은 그처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정신질환을 제 때 치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A씨를 징역
10년과 치료감호에 처했다.
2심 역시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패륜적인 범죄”라면서도 A씨의 정신질환 등을 고려해 원심을 유지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