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과거 경찰을 사칭해 취재한 경험이 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의해 경찰에 고발된 MBC 기자 2명을 옹호하고 나선 가운데 김 의원보다 4~5년 언론인 선배인 한국일보 출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의원에게 일침을 가했다. 

정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자의 경찰 사칭이 자기 또래에는 흔한 일이었다는, 김의겸 의원의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해졌다”면서 “저는 한겨레신문 출신인 김의원보다 4-5년쯤 기자생활을 일찍 시작했다. 1985년 봄 한국일보에 입사해서 15년 꽉 채워 현장기자로 일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경찰을 사칭해서 전화를 걸고, 취재를 한다? 내가 요령이 부족한 기자였나? 2001년 신문사에 입사한 후배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 가끔 경찰 사칭해서 취재하는 일이 있었나”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후배 기자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 때도 경찰 사칭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알렸다. 

이어 “김 의원이 일했던 신문사의 취재윤리가 ‘경찰 사칭 취재’를 당연히 여기는 수준이었습니까? 김 의원보다 먼저 신문사에서 일했던 저는 ‘경찰사칭 취재가 불법행위’라는 사실을, 선배들로부터 교육받았다”고 김 의원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경찰을 사칭한 취재가 김의원 주변에서는 흔한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당시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가 경찰을 사칭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이다. 경찰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은 잘못된 것이고, 기자가 경찰을 사칭하는 것은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기자가 수사권이 없어 경찰을 사칭했다’는 김의원의 얘기는 또 무슨 궤변”이냐면서 “사면권이 없어서, 대통령 이름을 팔아서 ‘사면 장사’를 하는 것은 봐줘야 한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의원은 “기자가 누리는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는 사법부가 허용하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취재의 자유가 마구잡이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김의겸 의원은 1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과 관련된 취재를 하며 경찰을 사칭한 MBC 기자 2명을 윤 전 총장이 경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 "제 나이 또래에서는 (경찰 사칭을)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나이가 든 기자들은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SBS에서 기자 생활을 한 윤창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저도 20여 년 기자 생활해온 사람 입장에서 (공권력 사칭이) 마치 언론계의 관행이었던 것처럼 말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대다수 언론인은 그런 방식으로 지금 취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 논문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윤 전 총장 부분이 생략된 채 그 행위에 대해 말씀드렸던 부분이 부각된 것은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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