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암살 여전한 미스터리…체포된 의사 '역할' 주목
용의자 친구 "남의 말에 잘 속아…암살 계획 몰랐을 것" 주장
아이티, 정치권도 수사…콜롬비아 "아이티 대통령 경호책임자 행적 조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벽화가 그려진 사저 입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의 중요 용의자로 미국에 거주하는 60대 의사가 추가로 체포되면서, 이 남성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지 주목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아이티 경찰이 사건의 배후 기획자 중 한 명이라며 체포 사실을 공개한 인물은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이라는 이름의 63세 남성이다.
앞서 지난 7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살해된 뒤 경찰은 콜롬비아인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들 20명을 체포한 바 있는데, 민간 보안업체를 통해 이들을 고용한 것이 바로 사농이라고 경찰은 주장했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사농이 모이즈를 대신해 아이티 대통령 자리에 오르려 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경찰 설명대로라면 사농이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대통령 암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셈인데, 그의 행적 등을 고려할 때 많은 의문이 남는다.
12일 AP통신과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 등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아이티 출신의 사농은 미국 플로리아주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유튜브와 지난 2013년 법원 파산신청 서류 등에서 그는 자신을 의사 겸 개신교 목사라고 소개했다.
2011년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아이티 지도자들이 부패했으며, 국민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정부 목소리를 내긴 했으나 아이티에서 잘 알려진 야권 인사는 아니었다.
플로리다에 사는 사농의 친구는 AP통신에 사농은 모이즈 대통령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체포하는 작전이라고 생각했으며, 모이즈의 피살 가능성을 알았다면 절대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티 경찰
[AP=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이 친구는 사농으로부터 미 국무부와 법무부 대리인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사농을 찾아와 아이티 대통령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친구는 사농이 "매우 쉽게 속아 넘어간다. 그는 신이 모든 것을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구가 사농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모이즈 대통령 암살 며칠 전이었다. 지난달 일부 콜롬비아인들을 경호팀으로 대동하고 전용기편으로 아이티에 들어갔던 사농은 콜롬비아인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친구에게 "혼자 남았다. 이 사람들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지난 2000∼2010년 사농과 함께 아이티에 교회와 병원 세우는 일을 함께했다는 미국 목사 래리 콜드웰도 AP통신에 사농이 절대로 폭력에 휘말릴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제3의 세력이 사농을 내세워 민간 보안회사를 통해 콜롬비아인들을 고용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사농을 통해 진짜 '배후'를 밝혀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이티 경찰은 전날 사농과 연락한 또 다른 배후 기획자 2명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날 전직 상원의장 등 유력 정치인들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이즈 대통령 경호원들이 이번 사건에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콜롬비아 경찰은 이날 모이즈 대통령 경호 책임자인 디미트리 에랄드가 올해 1∼5월 콜롬비아를 거쳐 에콰도르,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에 다녀갔다며, 그가 콜롬비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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