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통보 제도 34년만에 폐지…노사 모두 반발에 진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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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통보 제도 34년만에 폐지…노사 모두 반발에 진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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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6일 노조법 시행 맞춰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결격 사유 노조에 시정 요구만…행정적 강제력 사라져
근로시간면제·교섭창구단일화 조합원은 '현직'에 한정
단체협약 유효 3년 확대 따라 교대노조 지위는 2년 분리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무효 판결로 효력을 상실한 '노조 아님' 통보 제도가 34년 만에 노조법 시행령 조항에서 사라진다.

다만 앞으로 노조 설립 후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대해 정부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근거만 유지된다.

고용노동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용부 소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결격 사유 시정 근거만 존치…근로시간면제 등 조합원 기준 '종사자'로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이 오는 7월6일 시행되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국내법과의 상충을 막기 위해 노조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후 개정안이 지난 3월 입법예고에 이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정법 시행을 위한 모든 절차는 완료된 셈이다.

개정안은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은 노조가 사후적으로 결격 사유가 발생해 고용부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고 이행하지 않을 시 법외노조로 통보했던 '노조 아님 통보' 제도를 명시한 부분(제9조2항)을 삭제했다. 1988년 4월 도입된 노조 아님 통보 제도가 34년만에 폐지된 것이다. 그간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과 같은 노조법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는 지난해 9월 고용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과 관련해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대법원은 시행령 제9조2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전교조에 대한 법외 노조 통보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개정안은 사용자적 지위를 가진 조합원의 가입 등 결격 사유를 가진 노조에 대해 고용부가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문구는 남겼다. 노조 스스로 결격 사유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에 대비해 시정 요구 근거는 살려두고 자율적인 시정을 지원한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개정안은 또 근로시간면제 한도 배분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필요한 노조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을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전체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산정했으나, 노조법 개정으로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노조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참여를 제한한 것이다.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 기간은 사용자와 맺은 첫 번째 단체협약의 효력 발생일 기준 2년으로 명시했다. 개정 노조법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는데, 교대노조 지위 유지 기간이 단협 유효기간 상한과 연동됐던 부분을 분리한 것이다. 고용부는 교섭대표 노조 지위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 소수노조의 교섭 요구권이 지나치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 개정으로 고용부 소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이관되면서 고용부 장관이 가졌던 위원 위촉권, 간사 선임권 등도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이관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사용자가 과반수 노조를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노동위원회에 과반수 노조 관련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사유를 추가했다. 그간 사용자가 과반수 노조를 공고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이의 신청 근거가 없어 교섭대표노조 확정이 지연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교섭노조의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을 재직 중인 공무원과 교원으로 명시하는 공무원·교원노조법 시행령 개정안도 심의·의결됐다.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에 따라 퇴직 공무원과 교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교섭노조 조합원은 재직 중인 이들로 명확히 한 것이다.

이 밖에 공무원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조합원 수에 비례해 교섭위원 선임 시, 기준이 되는 조합원 수를 교섭노조 공고일 이전 한 달 동안 조합비를 납부한 이들로 산정토록 명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노동관계법령 개정은 코로나19 위기 속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노사관계의 실질적 자율성 제고와 통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법 두고 노사 모두 반발…진통 불가피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을 두고 노사 모두가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개정안이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최소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노조의 결격 사유에 대해 정부가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남겨둔 것도 과도한 정부 개입을 존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합법적으로 설립된 노조에 정부가 임의로 시정 요구권을 행사해 사후적으로 노조활동에 개입할 여지를 여전히 남겨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개정법이 근로시간면제한도 배분 기준인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을 종사자로 명시한 것에 대해서도 교섭 자치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사업장별 독립된 노조가 설립되어 있고 별도 교섭이 이뤄지는 경우 각 사업장별로 노조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근로시간면제 한도 설정을 위한 교섭 자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 역시 개정법의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시행령을 통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됨에 따른 사업장 출입 관련 규칙 등이 규정되지 않아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노조 아님 통보 제도가 폐지되면서 불법 노조에 대한 행정부의 시정 강제권이 사라진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혼란 최소화를 위해 비종사조합원의 사업장 내 조합 활동 시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이용에 관한 규칙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노조사무실 이외 장소 출입 시 사용자의 사전 승인 의무화 등이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의 자격이나 적법성을 둘러싼 산업 현장의 혼란과 사회적 비용 초래를 방지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대해 자율 시정이 아닌 설립 신고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고용부는 "업종·공정 특성과 사업장 내 노조활동 절차·관행 등이 기업별로 다른 상황에서 모든 상황을 입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내 출입절차를 기업이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등에 대해 기업별 사내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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