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 뒤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이 남성은 마약 투약이 아니라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주사기로 피를 뽑은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20만원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1월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주사기를 꺼내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재판장에서 주사기를 왼쪽 팔에 꽂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피를 뽑기 위해 한 행동일 뿐 마약을 투약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소화가 되지 않아 주사기를 꼽았다는 A씨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목격자 B씨에 따르면 A씨는 식당에 들어와 주문 직후 주사기를 사용한 이후부터 혼자 중얼거리거나 욕을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대로 주사기를 이용해서 피를 뽑았다면 주변 사람이 쉽게 인지했을텐데 B씨는 피를 뽑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A씨의 소변뿐 아니라 모발에서도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고, 압수한 주사기에서도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미루어 보아 A씨의 필로폰 투약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일부 범행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다른 사건과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