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논란 속 밝힌 별들의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수록 스타 레스토랑 셰프 ⓒDining Media Asia


[이정윤의 미식탐구-35] 레스토랑·호텔 가이드인 미쉐린가이드 서울 에디션이 11월 14일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2020년 서울 최고의 레스토랑 셀렉션을 공개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을 개최했다.

100년을 훌쩍 넘은 미식가들의 지침서, 미쉐린가이드. '별'을 받은 스타 레스토랑으로 미식가와 요리사들의 성서라는 별명을 가진 미쉐린가이드는 1900년 무렵 미쉐린타이어 창업자인 앙드레,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운전자들에게 다양한 식당과 숙소에 대한 정보를 담아 무료로 배포하면서 시작된 가이드북이다. 더 나은 여정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 미식 지침서는 한 세기 이상 지속되며 전 세계 31개국의 로컬 가이드북으로 확장했고, 1만6300개 이상 숙소와 음식점을 수록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쉐린가이드 서울은 올해로 발간 4년 차를 맞이한다. 서울 또한 전 세계 기준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별점 체계로 등급이 매겨진다. 스타 개수에 따라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식당(3개)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2개)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식당(1개)를 뜻하며, 간략한 정보를 함께 기재하고 있다.

◆미쉐린가이드 평가 기준은 '음식' 그 자체

미쉐린이 밝힌 바에 따르면 모든 국가와 도시를 막론하고 평가원들의 평가 기준은 동일하다. 미쉐린가이드 서울에서 별점 2개인 레스토랑은 미국 뉴욕 또는 프랑스 파리에서 별점 2개인 레스토랑과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올해 밝힌 레스토랑 평가 기준은 총 5가지로 다음과 같다. △요리에 쓰인 식재료 자체 수준과 품질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 기술의 완벽성 △맛과 풍미의 조화로움 △요리의 창의성과 개성 △전체 메뉴의 통일된 흐름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이 그것이다. 작년까지 미쉐린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가격에 합당한 가치는 공식 평가 기준에서 제외됐으며, 흔히 미디어를 통해 묘사된 바와 같이 접객 응대 서비스나 호화로운 기물 등은 평가 대상은 아니다.

공식적인 표현으로, 평가는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식음 전문가로 구성된 전 세계 미쉐린 평가원(Inspector)들은 어떤 경우에도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며 평가 전 미쉐린의 전문 교육과 일관된 평가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이후 일반 손님과 동일한 방식으로 레스토랑을 예약한 뒤 가격을 모두 지불하고 식사를 하는데, 방문하는 레스토랑 수가 매년 250여 곳에 달하며 숙박과 식사를 포함해 작성하는 보고서가 연 1000건이 넘는다.

한편 평가원 신분은 비밀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들은 다국적 구성원으로 팀을 이뤄 반복적으로 주요 레스토랑을 방문해 눈에 띄기도 하며 현실적으로 미쉐린 평가원들 얼굴과 이름이 암암리에 레스토랑 관계자 사이에서 공유되기도 한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상당한 심증'에 따른 확신인 셈이다. 영화 등 미디어에서 미쉐린 평가원들 얼굴과 이름을 인쇄해 주방 벽에 붙여두고 공유하는 것이 그리 과장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미쉐린가이드와 관련한 논란

지난 12일 KBS 탐사K를 통해 미쉐린가이드 등재를 위한 컨설팅 명목으로 연간 수천만원을 받은 브로커가 존재하며, 국내 레스토랑 3곳이 이 컨설팅을 받은 이후 미쉐린 별을 실제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속 보도를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일본에 거주하는 미국인 어네스트 싱어 중개로 홍콩의 데니 입이 신라호텔 라연, 광주요 소속 가온과 비채나 등 레스토랑 3곳과 컨설팅 계약을 했으며 미쉐린 발간 등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공식 발표 이전에 전달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에 미쉐린 측은 해당 계약 관계자 중 미쉐린 직원이 없으며 미쉐린은 금품을 대가로 컨설팅을 제공하지 않고, 평가 또한 공정하게 한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미쉐린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풀레넥은 "제보자가 언급한 어니스트 싱어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며 "미쉐린 공식 직원으로 일한 적이 없고 그를 포함해 미쉐린 브랜드 가치와 셰프들의 명예 훼손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하는 인물은 미쉐린 사람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새로운 가이드 발간 때마다 루머는 늘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서울편 철수는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중 반응은 냉담하다. 미쉐린 소속 직원이 아니지만 싱어 씨가 어떤 경로로든 한국관광공사와 협상 진행 상황이나 미쉐린의 공식 발간일 등을 알고 이를 일부 레스토랑과 먼저 공유하며 유리한 입지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부정 행위에 대한 의혹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쉐린 별을 받기 위해 더 신경 쓰고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한 전문가 코멘트를 받은 일'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미쉐린 평가의 부정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 2020년, 미쉐린 별을 받은 스타 레스토랑

풀레넥 디렉터는 "미쉐린 평가원들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될 수 있는 보석 같은 맛의 레스토랑들을 찾아 서울 거리 구석구석을 다니고, 해가 갈수록 서울의 레스토랑들이 제공하는 퀄리티 높은 요리들을 발견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 또한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적인 미식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레스토랑 등 새로운 요리 스타일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얻었다"고 밝혔다.

미쉐린 스캔들 의혹 속에서도 가온과 라연이 올해도 3스타를 획득한 가운데 '요리가 훌륭해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2스타 레스토랑에 두 곳이 추가됐다. 지난해 1스타를 받은 '모수'는 안성재 셰프가 선보이는 제철 재료를 통한 다양한 요리로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놀라움을 선사하며 2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뉴욕의 다양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한 서현민 셰프의 '임프레션'은 그의 뚜렷한 개성이 묻어나는 현대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올해 2스타 레스토랑 대열에 바로 진입했다. 이로써 총 7개의 2스타 레스토랑이 이번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0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인 1스타에는 새로운 레스토랑 7개가 합류했다. 그중 새롭게 선정된 '오프레'(이지원 셰프), '보트르메종'(박민재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프레데리크 에리에 셰프)는 프랑스 요리를 다시금 주목받게 했다. 후자의 두 레스토랑은 최근 리노베이션과 이전을 통해 다시 문을 연 곳이다. 신승환 셰프의 '떼레노'는 직접 가꾸는 채소와 허브를 바탕으로 좋은 재료의 맛을 살린 섬세한 스패니시 요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묘미' 장진모 셰프는 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형태의 한식 요리를 추구한다. '에빗'은 직접 채취한 한국의 다양한 재료로 요리를 재창조하는 호주 조셉 리저우드 셰프의 역량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전통 한식 문화 연구소이자 레스토랑인 '온지음'의 조은희 셰프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전통 한식의 맛을 재현함으로써 '품' 노영희 셰프, '한식공간' 조희숙 셰프와 함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여성 셰프 명단에 합류했다.

아래는 2020 미쉐린스타 레스토랑 전체 리스트다.

[3스타]
가온
라연
[2스타]
모수(N)
임프레션(N)
정식당
밍글스
코지마
권숙수
알라프리마
[1스타]
묘미(N)
보트르메종(N)
에빗(N)
오프레(N)
피에르 가니에르(N)
온지음(N)
떼레노(N)
품
스테이
주옥
테이블 포 포
곳간
무오키
유 유안
비채나
다이닝 인 스페이스
도사
라미띠에
한식공간
스와니예
익스퀴진
제로 콤플렉스

◆ 빕 구르망 리스트

앞서 지난 7일 발표한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0에는 총 60곳의 레스토랑이 빕 구르망(Bib Gourmand)으로 선정됐다. 그중 4곳이 새로 선정됐으며, 이들 각각의 레스토랑은 한국의 현지 요리를 중심으로 다양성을 표현한다. 빕 구르망은 3만5000원 이하 가격에 훌륭한 가치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의미해 대체로 고급 정찬 레스토랑이 수여받는 스타 레스토랑과 함께 미쉐린가이드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있다. 아래는 빕 구르망 2020 전체 리스트다.

[신규 추가 리스트(가나다 순)]
소이 연남 마오
어메이징 타이
정육면체
현우동

[기존 리스트(가나다 순)]

개성만두 궁
게방식당
광화문 국밥
교다이야
교양식사
구복만두
금돼지식당금산제면소
꽃, 밥에피다
남포면옥
대성집
마포옥
만두집
만족 오향 족발
명동교자
목천집 앵콜칼국수
미나미
미미면가
미진
백년옥
봉산옥
봉피양
부촌육회
산동교자관
삼청동 수제비
세미계
스바루
양양 메밀 막국수
역전회관
오레노 라멘
오장동 함흥냉면
오통영
옥동식
용금옥
우래옥
우육미엔
유림면
이나니와 요스케
이문설농탕
일호식
임병주 산동 칼국수
자하 손만두
정인면옥
진미 평양냉면
진진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툭툭 누들 타이
팩피
피양콩 할머니
필동면옥
하동관
한일관
할매집
합정옥
황금콩밥
황생가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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