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애인 사진첩에서 '모르는 사람' 발견…재판부 "몰래 찍기보다 직접 따져 물었어야"]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남자친구가 스마트폰 잠금을 풀어둔 채로 잠든 사이 몰래 카카오톡 채팅내역을 훔쳐보며 사진으로 촬영한 여성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7단독 남신향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뒤 불복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재판을 열고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2020년 1월 초,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세 달 정도 사귄 사이였다.
유럽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숙소에 머무르며 술을 마셨다. 밤늦은 시각남자친구 B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고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A씨에게 보여주다 술기운에 먼저 잠이 들었다.
잠든 남친의 휴대폰에 있던 사진을 계속 구경하던 A씨는 사진앨범에서 처음 보는 사람의 사진을 발견하고 급기야 남친의 카카오톡 앱을 몰래 켰다. 그 뒤 남친이 다른 사람 4명과 주고받은 채팅방을 뒤졌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대화내역을 촬영해뒀다.
A씨는 이후 남친이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를 추궁하면서 휴대폰 속 카카오톡 대화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증거로 내밀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교제관계는 여행 중 끝났고 A씨는 남친에게 고소를 당해 송사에 휘말리고 만다.
재판에 앞서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던 A씨는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 측은 당시 행동에 대해 "형사고소를 위한 증거를 수집한 것"이라고 하는 등 형법상 '정당행위'임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법
20조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남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에 대해 "고소를 위한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B씨에게 직접 사진을 촬영한 경위를 따져묻는 등 적법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은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판례상 '정보통신망'에는 카카오톡 채팅방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