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논란' 속 3일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우리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이후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4.3유족회와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사흘째 당무 거부 중인데 길어지는 이유가 뭔가"라는 기자 질문에 "후보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 제 기억엔 딱 한 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비공식 지방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3일째다. 30일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일 전남 순천을 잇따라 찾았다. 이날 오전 제주에 입도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측과 선관위 구성, 당무 등에 대해 이견이 상당하고 서울로 복귀할 시점도 언급하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 대표는 "딱 한 건은 제 기억에 김석기 의원과 성일종 의원을 교체해 달라고 사무총장이 저에게 요청한 것 외에 당무에 대해 어떤 보고도, 협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무 공백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무 공백은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방 행보에 대해 "선거철이 되면 여러 구상을 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새 당대표 선출 이후 새롭게 시도했던 것들을 다시 점검해보고자 부산에서 저희 당 원로이신 정의화 전 의장님을 찾아뵀다. 또 순천과 여수 제주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저희가 전향적으로 움직인 부분들에 의지를 확인하고, 유족 분들께 저희 생각을 재확인시키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 외에도 전반적으로 선거에서의 제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저는 계획대로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일 오후 당무를 중단하고 잠행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선대위 공식 출범을 앞두고 당 대표의 잠행과 지방 행보가 부적절하단 비판엔 "이번 선대위 명단이 발표된 직후 우리 당 선대위 원톱은 김병준 (상임)위원장이시고 그분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가 홍보에 국한해 제 역할을 하겠다, 나머지 총괄 지휘는 그분이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우리 후보에게 심지어 김종인 위원장을 모실 생각이 없는 것으로 굳건하게 마음을 잡으셨으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김병준 위원장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을 드렸다"며 "그렇기 때문에 선대위 운영에 대해 저는 제 영역 외에 다른 큰 관심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직을 내려놓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저는 상임선대위원장"이라며 "사실상 김병준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이라 생각하고 운영하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재차 말했다.

지난달 29일 밤 페이스북에 남긴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에 대해서도 "선대위는 총괄적으로 김병준 위원장께서 지휘하시는 것이라고 꾸준히 밝혀왔고 (29일) 선대위 회의에서도 제가 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분명히 인선 과정에서 우려되는 지점들을 이야기했고, 지휘체계에 나름대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김병준 위원장을 총괄위원장으로 모시자고 제안할 정도로 저는 선대위의 원활한 운영에 대해서 어떻게든 협조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준석 측 제공) /사진=뉴스1윤 후보가 측근 의원 일부를 제주로 급파한다는 방침에 대해선 "(윤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과의 이견도, 의견 불일치라기보다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원치 않는 시점에 원치 않는 인사들을 보내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이되 실질적 이야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태가 악화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입법부의 일원이고 우리 당 국회의원이고 당에 대해 진지한 걱정이 있는 분들은 사람을 위해 충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서울로 복귀하는 '조건'에 대해선 "어떤 것을 요구한 적도 없고 윤 후보와 상의한 적도 없기 때문에 저희 간 이견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가 뭘 요구하기 위해 이렇게 있다고 보시는 것은 저에 대한 심각한 모욕적 인식"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과 관련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핵심 관계자의 말로 언급되는 여러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는 후보가 누군지 아실 거다.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은) 심지어 사람에게도 충성하지 않는 분인 것 같다. 본인의 사리사욕에 충실한 분을 충성하는 분인 것 같다"며 "후보라고 통제가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엔 "제가 대표해서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말씀 안 드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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