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코난' 뭐 이리 많은지"···한강 실종 대학생 부실수사 지적에 분노한 경찰
블라인드에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일일이 상황 보고해야 하나"
"고생하는 수사팀 알아주지도 않아···음모론에 다른 사건은 밀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주변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닷새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부실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자신이 현직 경찰이라고 밝힌 누리꾼들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반박 글을 올리고 있다. 블라인드는 특정 회사 소속으로 글을 쓰려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해 해당 누리꾼들은 현직 경찰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본인이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매스컴 탔다고 일반 국민들한테 일일이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해야 하냐"며 "음모론 퍼트리시는 분들. 의대생 한강 실종 같은 안타까운 사건들 매일 몇 건씩 일어나.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적었다. 이어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저 사건 맡은 형사팀은 온통 저거에 매달려있을 텐데 퇴근도 못 하고 평소보다 꼼꼼히 살펴보겠지"라며 "그 팀에 배정받은 사건들은 기약 없이 뒤로 밀리는 거고, 그럼 뒤로 밀리는 사건들 CCTV나 블랙박스 지워지는 건?"이라고 되물었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 고(故) 손정민 군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다른 팀에서 확인하면 안 되냐고? 그럼 그 팀이 들고 있던 사건들은 또 뒤로 밀리고? 의대생 한강 사건은 매스컴 탔으니까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은 매스컴 못 탔으니 별거 아닌가?"라며 "자꾸 말도 안 되는 음모론 퍼뜨리면 또 거기에 대한 수사보고 써야 되고 언론보고 내야 되고 답변서 작성해야 하고 자꾸 밀리는 거야"라고 했다. 또 “사람이 흥미 가지는 건 이해하는데 아직 종결도 안 된 사건 이때다 싶어 경찰 물어뜯고 온갖 루머만 쫓아다니며 퍼나르는 모습들 보면서 이게 민의인가 싶어”라며 "한숨 나고 탈출 못한 수사과 직원들 알아주지도 않는데 주말 없이 고생하는 거 생각나서 속이 갑갑해진다"고 덧붙였다.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인이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도 블라인드에 "다들 '방구석 코난'에 빙의했는데 이 사건 때문에 본인 사건이 밀린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라며 "언론에 나오는 게 다 진실인 것 같지?"라고 되물었다. 그는 "차라리 언론에 안타면 사건이 묵히긴 쉬워도 이렇게 언론 탄 사건을 그냥 묵히는 게 가능할 것 같아? 이 사건 담당자들은 잘해야 본전인 사건이야. 칭찬은 둘째 치고 날밤까고 온갖 압박 다 받고 있는 담당자들이 불쌍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뭐 이리 대한민국에 방구석 코난들이 많은지"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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