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공짜로 줍니다”… 판치는 코인 사기, 유형도 다양
#사례 1. 직장인 유모(30)씨는 최근 5400만원 규모의 가상화폐(암호화폐) ‘리플’ 관련 사기를 당했다. 국내 리플 공식 계정처럼 꾸며놓은 유튜브 채널에 접속했다가 ‘에어드랍(코인 무료 지급)’ 문구를 본 게 화근이었다. 이 유튜브는 지갑 주소를 안내하며 ‘이쪽으로 먼저 리플을 보내주면 추가 리플을 무료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유씨는 “리플을 보내고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라며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경찰에서도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해 자포자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례 2. 지난 2월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내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소닉’ 대표 A씨를 사기 등 혐의로 입건했다. 피해자들은 비트소닉에서 가상화폐를 산 후에 이를 매도하지 못하고 예탁금을 인출하지도 못하는 상태다. 검증이 안 된 중소형 거래소가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나서 잠적한 것이다. 피해 금액만 7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3.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코인 수익률 100%’ 등 자극적인 문구와 수익 인증 사례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모으는 코인 리딩방이 활개치고 있다. 리딩방에서 특정 코인을 추천하며 투자자들을 유료 회원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무료 체험 이후 수수료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손실을 보아도 환불해주지 않고 있다. 비상장 코인을 추천하고 투자금을 가로채기도 한다.
일러스트=이철원
10일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코인 광풍’이 불어닥치면서 가상화폐 관련 사기가 나날이 늘고 있다. 사기 유형도 다양해지고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가상화폐가 제도권 밖에 있는 탓에 코인 투자자들은 쉽게 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코인 시장을 적극 감시해 피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화폐로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을 매기겠다고 했지만, 투자자 보호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투자를 ‘투기’로 보고 코인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두고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분류하지 않으므로 이를 모니터링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는 사기 피해를 자체 조사하거나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 6일 10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피해금 일부를 지원하고 법률 상담도 도와줄 예정이다. 빗썸은 입출금 정책을 강화해 코인이 자금세탁방지와 보이스피싱 등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이런 움직임을 두고 지난달 27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거래소에서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한 측면에서 반 정도 제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국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경찰이 가상화폐 관련 사기를 사전에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사전에 사기 업체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면 사기와 관련해 사전 예방과 수사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있는 한 변호사도 “수사기관에 사건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하물며 가상화폐는 어떻겠냐”며 “더 깊은 금융 전문성을 요하는 가상화폐 관련 수사는 수사관들 관심 밖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곧 7천만원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1.5.4
hwayoung7@yna.co.kr/2021-05-04 14: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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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근 여당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가상자산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불공정거래행위 적발 시 부당이득을 몰수·추징하도록 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가상자산업법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야당도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가상화폐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투기’로 인식되는 가상화폐를 당국 차원에서 적극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맞서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실체도 없고, 아직 법제화도 되지 않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을 보호해 달라는 것은 오히려 포퓰리즘적인 생각”이라며 “모든 투자에는 자기 책임이 따르고,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투자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사기 사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요즘에는 모두 ‘가상화폐 특수’로 투자자 보호를 외친다”라며 “일부 사건은 경찰에서 사기 사건으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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