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경찰관 교체 요구에 지침 어기고 같은 팀 배당
한 차례 더 기피 신청하자 하루 만에 사건 마무리© News1DB(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100억원대 업무상 횡령 혐의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고소인으로부터 두 차례 수사관 기피 신청을 받았지만 수사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사건을 종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
54)는 지난해
12월
10일 회삿돈
154억을 횡령한 혐의로 모 건설사 전 대표이사 B씨(
65)를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광주 북구에 사는 B씨가 울산의 한 사찰 대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연대보증을 섰다가
154억원의 채권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고소장 접수 후 B씨의 처벌을 기대했으나 4개월간 수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보직 변경으로 한 차례 수사 담당자가 바뀌면서 시간이 지체됐고 지난 2월
26일 새로운 수사관으로 C경찰관이 배정됐다.
하지만 A씨는 경찰로부터 "고소를 늦게 했다. 어차피 검찰에 넘어가도 공소시효가 4월 8일로 만료돼 처벌이 어렵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실제 공소시효일은 5월 8일까지였고 당시 시점으로는 2개월이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A씨는 공소시효 날짜도 거짓으로 말한 수사관을 믿을 수 없었고 수사에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수사관 기피 신청을 했다.
그러자 담당 수사관으로 다른 팀이 아닌 같은 팀의 D 팀장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경찰 내부 지침에 따르면 수사관 기피 신청을 수용할 경우 수사 공정성을 위해 다른 팀에 사건을 배당해야 한다.
경찰청 수사심사정책담당관실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내부 규정에 따라 다른 팀에 사건을 배당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사건을 맡은 D팀장 역시 A씨에게 "피고소인에게 가서 사정해봐라"며 합의를 종용하는 등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다른 팀에 사건을 배정해달라며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한 차례 더 제기했다.
문제는 A씨가 지난
13일 오전 수사관 기피 신청서를 발송했고 오후에 담당 수사관이 기피 신청 사실을 인지했지만, 다음날인
14일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불송치 결정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생긴 경찰의 권한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
11조 9항에 따르면 기피 신청 접수일부터 수용 여부 결정일까지 해당 사건의 수사는 중지된다. 즉 수사관의 권한 역시 중지돼 어떤 수사도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은 다음날 이 고소사건을 자체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D팀장은 "팀원이 수사관 기피 신청 대상이 돼 팀장인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사건을 가져온 것"이라며 "다른 팀에 배당한다는 지침이 있는지 몰랐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수사관 기피 신청 이후 사건을 종결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사건을 종결하려고 서류 작성을 다 마쳐놓은 상태였다. 기피 신청을 한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beyondb@
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