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안녕'…500만 이용자 남기고 역사 속으로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LG 윙
LG전자가 5일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손을 떼기로 최종 결정했다.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을 시작으로 휴대폰 제조사업에 진출한 지 26년 만의 일이다.
이날 LG전자는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생산과 판매를 종료하기로 확정했다. LG전자는 이사회 직후 공시를 통해 “휴대폰 사업 경쟁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으로 내부 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사 사업 포트폴리오는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적자’ 모바일 사업 떨고, 전장사업 新사업 전면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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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모바일 사업 매출은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 규모에 이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가 워낙 견고했고, 중저가폰 시장에서조차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에 밀렸다. LG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글로벌 생산지를 조정하는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해 수년간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휴대폰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는 과감한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디자인기자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 모바일 사업본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휴대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후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종료가 중장기 관점에서 분명히 전략적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철수와 맞물려 질적 성장에 기반한 체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LG폰 만들던 3449명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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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관련 직원들은 전원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해당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및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계획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3449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LG전자 내 가전,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 분산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개별 인원들의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해 온 핵심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IP), 특허 등은 내재화해 AI(인공지능) 솔루션과 로봇, 자동차 전장 사업 및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사업에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재고’ LG폰 공짜로 풀릴까…AS·중고보상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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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
LG전자는 7월31일 모바일 사업을 종료해도 전국 서비스센터와 베스트샵 등을 통해 기존 LG전자 휴대폰 이용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AS)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 국내 이용자는 5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LG전자는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는 휴대폰을 생산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가 ‘재고떨이’에 나서면서 사실상 ‘공짜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설이 나온 이후부터 이통 3사에 남아 있는 재고를 다 털어내기 위해 지원금을 많이 태웠다”며 “시장에 지금도 많이 풀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종료에 따른 거래선과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지속 협의할 예정이다.
‘삼성-애플 천하’ 가속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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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면서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 새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4.7%의 점유율로, 삼성전자(33.7%)와 애플(30.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당장 LG전자 사업철수는 북미 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 입지가 약화 되는 것은 물론 안드로이드 진영의 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은 아이폰의 안방 시장이다. 따라서 LG폰 점유율이 애플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애플은 지난해 첫 5G 아이폰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아이폰12 시리즈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구글의 오랜 파트너이자 안드로이드 진영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따라서 이는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 간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LG전자가 주도했던 롤러블폰 등 폼팩터 혁신 경쟁도 힘이 빠지게 됐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내 시장에서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3%다. 삼성전자가 65%, 애플이 21%였다. LG전자는 한때 3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전자와 쌍벽을 이뤘지만, 3년 전부터는 애플에도 밀리며 3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애플보다는 삼성전자 쪽으로 LG전자 수요가 더 이동할 것으로 본다. LG전자 단말기의 대부분이 40만 원대 이하 중저가에 포진해 있어서다. 이에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된 애플보다 다양한 가격대 제품을 두루 갖춘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LG전자 V50을 포함하는 등 LG폰 사용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저가 시장인 만큼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의 부상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중국 브랜드 신뢰도가 높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 지난해 SK텔레콤에서 가성비(가격대성능비)를 앞세운 샤오미 제품 공식 판매에 나섰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통사와 소비자 입장에선 LG전자의 휴대폰 철수가 악재다. 소비자 권익과 이동통신사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애플을 제외한 다른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장이다. 기존에도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LG전자 철수로 그마저도 줄게 됐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이통사로서도 달갑지 않다. 단말기 수급 계약에서 통신사의 교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격 정책이나 프로모션 등에서 삼성전자의 입김이 커질 전망이다. 이통사도 소비자와 덩달아 고민이 깊어지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과 서비스 품질저하 등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출시와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다른 정책을 펼치기 어렵고 애플 등 다른 제조사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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