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간호사 괴롭혔던 태움 교수, 사과 대신 고소장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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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간호사 괴롭혔던 태움 교수, 사과 대신 고소장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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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간호사 A씨, 태움 피해 사실 폭로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B씨, A씨 고소
A씨 "태움이란 악습 지금 끊어내야 한다"
9년 전 국내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했던 현직 간호사가 중환자실 근무 당시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가 대학 교수가 됐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이후 해당 간호사 A씨는 교수가 된 선배로부터 고소를 당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22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간호사 태움글 글쓴이 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그분(선배 간호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만을 원했지만 그분께서는 고소라는 답장을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 분은 오히려 주변 분들에게 연락해 입단속을 하는 것 같았다"며 "상당수 지인들로부터 '미안하다. 그 목소리를 듣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제 목소리를 못냈다'는 사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선배 간호사와)인맥과 이해관계로 얽힌 분들이라면 증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 "저도 그 공포감을 수없이 느껴본 만큼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거짓 증언으로 본인의 양심을 버리지만 말아 달라. 부모와 자식, 배우자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아 달라"며 "당시 괴롭힙을 당했던, 아직도 아픔을 안고 사는 여러분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있어야, 진실을 밝히고 저희 후배들에게 이어질 악습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금전적인 보상은 원하지 않았으며 단지 진심 어린 사과만을 원했다는 A씨는 "교수가 되신 그분께서 진정한 어른의 자세를 보여주길 바랐을 뿐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는 동료들에게 용기를 내달라고 요청하며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태움이라는 악습을 지금 끊어 내지 않는다면, 우리 후배들, 그리고 우리들의 자식들 또한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네이트판
"폭행·폭언하며 가래통 뒤집어씌운 간호사 선배, 교수됐다"

앞서 지난 5일 A씨는 '9년 전 저를 태운 당시 7년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 (간호사 태움글)'라는 올리며 자신이 겪었던 이른바 '태움' 피해를 알렸다.

태움은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직급 등의 서열에 따라 행해지는 각종 악폐습을 일컫는다.

A씨는 간호학과 학생으로부터 "이번에 새로 오신 학교 B교수님이 C대학병원 중환자실 출신이신데 아느냐"는 말을 들었고 "그 순간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손이 떨렸다"고 밝혔다. 학생이 말한 B교수는 A씨를 괴롭혔던 당사자였던 것.

A씨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1년여간 B씨와 한 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안 속수무책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수없이 폭언, 폭행, 부모욕을 했으며 대선에서 특정후보 뽑기를 강요했고 환자에게 뽑은 가래통을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chest potable(스스로 찍으러 못가는 환자 엑스레이를 찍기 위한 기계)오면 그 앞에 보호장비 벗고 서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라~’ 낄낄거리고 주문을 외시던 분"이라며 "CRRT(24시간 투석기) 큰 관류액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오게 시키고(액체인데다 하나 들기에도 무거운데 두개씩 안 들면 폭행), 의미 없이 EKG포타블 기계(활력징후, 심전도 등을 측정하는 기계, 중환자실 환자가 CT,MRI 시술 등으로 이동시 사용함) 양손에 하나씩 들고 가져오랬다가 갖다놓으랬다 의미 없는 반복 훈련 시키고 힘들어하는 기색 보이면 덩칫값 못한다고 때렸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그 선배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날에는 '그냥 욕하지 말고 어차피 때릴 것이라면 소리지르지 말고 빨리 얻어맞고 끝났으면 좋겠다' '차라리 주먹부터 날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A씨가 신규 간호사 시절 작성한 일기장또 "당시 제가 쓰는 립스틱을 보고 '네가 그렇게 싸구려를 쓰니까 못생긴거야, 나처럼 샤넬을 써야지'라고 말한 적도 있다"며 "매일 못생겼다고 뭐라고 해서 화장을 안 할 수 없었는데 내가 울어야 폭언이 끝나니까 매일 팬더눈으로 퇴근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A씨는 세 달만에 56kg에서 72kg이 됐고, B씨는 그런 A씨에게 혼자만 살이 찐다고 괴롭혔다고.

A씨는 "어느 날은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어머니를 언급하며 '네가 그렇게 재수없는 X이라 네 XX 아픈거야'라고 씨익 웃었다"면서 "이날 밤 잠도 못 자고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충격적인 폭로를 이어갔다.

이어 "B씨는 항상 연핑크색 유니폼으로 가려지는 부위만 때렸다"며 "무릎 뒤 발로차기, 쇄골아래를 주먹질하기, 명치 때리기, 겨드랑이 꼬집기, 옆구리 꼬집기, 등짝 팔꿈치로 때리기 등의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체의 많은 면적은 일년 내내 (상처로 인해) 보라색 투성이었다. 온전한 피부색이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A씨는 "당시 엄마가 우리 딸 대학병원 간호사라고 여기저기 말해놨는데 관두면 안 된다고 해서 그만두지 못했지만 결국 엄마에게 '대학병원 다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딸의 엄마가 될래' '살아있는 백수 딸 엄마 할래' 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멍투성인 상반신 사진을 찍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러 갔지만 '계획 없는 임신으로 보복성 이브닝 근무를 서다 유산한 간호사도 안 왔는데 네가 왔느냐'식의 직원의 말에 도저히 다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사직서를 쓰게 됐다는 사연을 덧붙였다.

해당 사연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간호사 태움 문화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움 및 폭행을 저지른 간호사 교수 임용을 취소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그 다음날인 9일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데일리안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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