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특검법 추석 이후 처리"…野 "의장 개인판단" 반발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19일로 연기할 것을 제안하면서, 사상 초유의 추석 연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가능성은 우선 진정 국면을 맞았다. 우 의장은 치솟는 물가와 의료대란 등 커지는 국민 불안을 고려해 연휴 기간 여야 갈등을 최소화할 것을 제안했다.
우 의장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특검법을 비롯한 세 건의 쟁점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며 "특검법안 등 본회의 부의 법안은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하도록 양당이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솟는 물가만으로도 명절 쇨 일이 걱정인데, 의료대란까지 겹쳐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며 "의료대란 우려를 낳고 있는 의정 갈등 해결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김건희 특검법과 제3자 특별검사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추석을 앞둔 12일 본회의를 통해 두 쟁점 법안은 물론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통과시켜 밥상 민심 확보에 나설 계획이었다.
우 의장, 사상 초유 추석 필리버스터 부담
정치권은 우 의장이 쟁점 법안 처리 연기를 제안한 배경에는 연휴 기간 여야 갈등이 지속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우 의장이 적절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만일 특검법 상정 이후 여당이 필리버스터에 실제 돌입할 경우 국민들은 상당한 불만과 피로도가 쌓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추석 연휴는 의료대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집권당이 특검법을 막으려 밀어붙이고, 야당은 이를 강행하려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우 의장이 고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다음 날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지난 '방송 4법'과 같은 방식으로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 등 세 건의 법안을 각각 상정할 경우 국민의힘은 사실상 추석 연휴 동안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12일 법안 상정 후 국민의힘이 즉시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 민주당은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를 제출해 24시간 이후인 13일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이어 나머지 두 법안까지 같은 방식으로 본회의를 지속하면 추석 연휴 기간인 15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野 "우 의장 제안 유감…. 상정 강력히 요청"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우 의장의 이런 제안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민주당 장경태·이건태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우 의장 발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의 처사에 유감을 표한다. 오늘 처리한 세 건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절차적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요청한 안건조정위원회도 미리 준비했고, 절차에 따라 안건조정위까지 마쳤다. 제가 국회 일을 하면서 안건조정위까지 시급히 마친 법안을 의장이 상정하지 않겠다는 사례는 처음 본다"며 "매우 당황스럽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국회의장도 의장 이전에 한 명의 국회의원이다. 법사위까지 마친 법안을 의장의 개인 판단에 따라 올리고, 안 올리고 결정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닌가 싶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같은 당 이건태 의원 역시 "오늘 통과된 법안 세 건도 성과물 중 하나인데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딜레이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이 법들로 인해 국회에 희망을 품고 기다릴 것인데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법안이 국회의장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책임은 오로지 국회의장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 의장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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